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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보유세 인상 논의 본격화
양도세 중과 이어 다주택자 겨냥…"사전 공론화 필요" 지적도
2018-04-01 13:01:20 2018-04-01 13:01:2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이번 달부터 시행하는 가운데 다주택자들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올 하반기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보유세 인상은 양도세 중과보다 다주택자들에게 체감 효과가 더 크다. 주택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양도세와 달리 보유세는 주택 보유 자체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척은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간에 쫓겨 충분한 사전 공론화 기간 없이 보유세 인상을 확정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 출범은 당초 1월을 목표로 했지만 위원장 인선 결정 난항으로 세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보유세 인상 등 부동산 과세 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 출범은 당초 1월을 목표로 했지만 위원장 인선 결정 난항으로 세 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에서 논의된 방안들이 오는 8월쯤 정부가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되려면 위원장 선임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경제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해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민간 위원 중 호선으로 임명된다. 오는 8월 조세정책 방향에서 보유세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절차에 들어간다. 최근까지 위원장 후보로는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지만 까다로운 검증 기준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보유세 개편은 최근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강화되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개헌안에는 국가가 토지의 이용과 사용에 대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부담을 피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개편에 힘이 실릴 수 있어 일각에서는 '애당초 보유세 인상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돌았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9차 헌법 개정안에 토지공개념 조항이 들어가 있지만 이미 토지 소유의 격차가 너무 심해졌다"며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토지의 이용이든, 세금이든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나뉜다. 재정개혁특위는 조세저항을 고려해 재산세보다 상대적으로 과세 대상이 적은 종부세를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세는 주택을 보유한 모든 국민이 과세 대상이다. 반면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이 1주택자 경우 9억원, 2주택 이상인 다주택자는 6억원 이상인 경우에 세금을 부과한다.
 
김대영 한국지방세협회 부회장은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소득층의 투기 행위"라며 "대중 과세인 재산세보다는 재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계층의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종부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세 시세표 안내문의 모습. 사진/뉴시스
 
보유세 개편 방안으로는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다. 이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으로 가능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택가격의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적용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현재 공시가격의 80%로 설정돼 있다. 이 비율을 100%까지 올리면 세율도 함께 인상돼 고가의 다주택 보유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이른바 '핀셋 증세' 효과를 낼 수 있다.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공시가격을 발표하는데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가 주택은 저가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시세와 괴리가 커 과세의 '역진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7.2%로 지난 2013년 69.9%보다 떨어졌다. 특히 서울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72.5%에서 65.5%로 크게 줄었다.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가격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개혁특위는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과 시세 간 가격 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향은 공감한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의 가격 급등 시기에 시세 상승분을 그대로 100% 쫓아가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재정개혁특위에서 보유세 개편 방안 의제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포함시키자는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며 "만일 현실화율을 몇 %까지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로드맵이 마련된다면 구체적 실행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은 사회적 파장이 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논의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재개 여부를 두고 도입된 방식처럼 이번에도 보유세 개편 관련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고 시민 배심원제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보유세 개편은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라며 "정부는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표면적 여론을 지켜볼 게 아니라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특정 계층이 아닌 전체 계층을 고르게 대변하는 사람들을 뽑아 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여러 문제들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때 보다 높은 차원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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