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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공수처 도입 수용…검찰 영장심사 유지돼야"(종합)
"검찰 내 여러 비위 의혹 송구…법조비리수사단 설치 적극 추진"
2018-03-29 16:23:45 2018-03-29 16:23:4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논란이 계속돼 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검찰의 영장심사 제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29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바람직한 도입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공수처 도입을 논의하게 된 배경을 잘 알고 있다"며 "청렴한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도입에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수사 행위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직을 만들면서 위헌 시비를 갖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것"이라며 "반대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권 분립 등 헌법 정신에 비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 작용을 담당하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소속으로 해야 한다"면서 독립된 공수처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문 총장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지금의 '수직적 지휘 관계'를 '수평적인 사법통제 모델'로 바꿔 우리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형사사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부터 변화해 나가겠다. 그간 직접수사를 폭넓게 수행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와 국민의 인권 보호 기능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을 반성한다"며 "앞으로 직접수사 기능과 인력을 국민이 공감하는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에 검찰이 배제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검찰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우려를 제기하는 수준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총장은 자치경찰제 시행과 수사권 조정, 검찰 조직·기능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 민주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의 국가 경찰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따라 '실효적인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선 경찰서 단위 사건을 모두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게 된다"며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는 98.2%의 민생범죄는 주민의 '민주통제'하에 자치경찰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에 대한 검사의 사법통제는 송치 이후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범위로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경찰이 수행하게 될 범죄 수사는 사법통제가 유지돼야 한다"며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데 따라 검찰의 조직과 기능도 변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영장심사 제도에 대해서는 "50년 이상 지속해 온 인권 보호 장치이므로 꼭 유지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검사의 영장심사 제도를 검사와 사법경찰이 '수평적 사법통제'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바꾸겠다"며 "검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최근 검찰 내부에서 여러 비위 의혹이 문제 돼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됐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법조비리수사단'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비리수사단은 정규 조직 또는 별도 조직 등으로 설치할지 등을 더 토의한 후 다음 달 중 시행할 방침이다. 문 총장은 "취임 때부터 추진하려 했지만, 공수처를 의식하는 인상을 줘서 거론하지 못했다"며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법조는 직역 전체를 수사하는 등 영역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에 대해 문 총장은 "다스의 금융자료와 회계자료 등 경리 관련된 자료가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라고 결론 낼 수 있을지 등 초기 단계에는 의구심이 있었다"며"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신병 처리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일정 단계부터는 고민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환영한다"며 "공수처 문제에 대해 검찰총장이 동의한 것은 최초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국회 사개특위에서 논의를 진척해 법제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사법통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말씀도 원칙과 방향의 측면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치경찰 부분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치경찰제 문제는 자치분권위원회(정순관 위원장)가 다룰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 자치경찰제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면서 수사권 조정도 병행해서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에 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홍연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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