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국내 항공사가 객실승무원의 비행이 없는 날 스탠바이(대기)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사 대부분이 비행 당일 휴식 중인 승무원을 대기시켜 불만이 적지 않다. 대기했던 승무원은 비행에 투입되면 한달치 비행스케줄이 바뀌는 등 불편을 감수하는 실정이다.
28일 <뉴스토마토>가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 8곳을 조사한 결과, 6곳이 자택대기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공항 브리핑룸으로 출근해 대기한다. 에어부산은 대구공항(출발지) 근무자에 한해 자택대기 제도를 운영한다. 김해공항 근무자는 사무실에서 대기한다.
항공사는 매일 승객수, 승무인력의 변동이 생겨 이 제도를 운영한다. 항공법에 따라 항공사는 승객 100명 당 2명의 승무원을 배치해야 한다. 승객 50명이 늘어날 때마다 승무원 1명을 추가해야 한다. 그런데 비행 직전 승객의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항공법이 정한 최소 승무원이 탑승하면 문제가 없지만 인력운영이 빡빡해 대기 중인 인원을 투입되기 일쑤다. 병가, 육아휴직 등으로 승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매달 2~3회 대기 일정이 잡힌 스케줄을 받고 있다. 항공사는 매달 최소 휴무일수에 2~3회를 추가해 대기일정으로 잡는다. 본지가 확보한 국내 항공사 수곳의 비행스케줄(승무원 기준)에는 대기일정이 잡혀 있었다. 대한항공의 자택대기(RF) 스케줄은 공란으로 표시돼 있었다.
대기일정이 잡힌 날은 즉각 비행에 투입될 수 있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택대기를 하는 승무원은 메이크업 상태를 유지한 채 24시간 자택에서 대기한다. 공항 브리핑룸에서 대기하는 승무원은 유니폼을 입고 자사 브리핑룸에 있는다.
문제는 대기 중 비행에 투입할 경우 한달치 스케줄이 줄줄이 바뀐다는 점이다. 항공사는 장거리 노선을 다녀오면 이틀의 휴무를 준다.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을 갔다오면 하루 휴무가 지급된다. 한달치 비행스케줄이 열흘 전 나오지만, 스케줄 변동이 잦아 사생활 침해가 상당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비행스케줄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스케줄을 받기 전 다음달 개인일정을 잡는데, 취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승무원들은 토로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는 일 평균 승객 18만7612명이 몰려 공항이 북새통이었다. 당시 전 항공사의 스케줄 관리자가 대기 중인 승무원들을 비행에 배정했다. 급기야 대기제도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국민청원을 올린 승무원은 "가족모임, 아이들 학교모임 등 중요한 일은 언제나 회사 일에 몰려 못지킨다"며 "다음날 어디로 비행갈지 전날 저녁에 통보받는다"고 토로했다.
한 항공사의 승무원은 "병원 예약을 잡아도 스케줄 변동으로 취소하고, 모임약속에 못 나가 인간관계가 망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승무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항공사들은 경영 상황과 승객 수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무원 실신사태가 있었던 에어부산을 제외하면, 올해 승무원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대기제도를 개선해 안정된 생활을 요구하는 승무원과 경영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항공사의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기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항공안전정책연구소장은 "해외 주요 항공사 승무원은 월 60~70시간 비행하는데, 국내 항공사 승무원은 80~100시간을 하고 있다"며 "현행보다 최소 10~20% 이상 인원을 충원하면 비행스케줄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사가 영업이익 중 10%만 승무원 채용에 쓴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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