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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은행 독립성 레벨업 돼야
2018-03-23 06:00:00 2018-03-23 06:00:00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됐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게 된 1998년 이후 연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한은 총재 연임 지명 명분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통화정책 일관성 유지'와 '한국은행 중립성·자율성 존중'이었다. 내부개혁 동력 약화 등을 이유로 이 총재의 연임에 반대한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중앙은행 독립성을 규정한 한국은행법 3조의 무게감이 더 커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대와 함께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에 대한 조언도 많다. 한국은행 독립성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것도 그중 하나다. 퇴임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재작년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와 통화정책기조에 대해 왈가왈부하자 "중앙은행으로서 갖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판단을 내릴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또 "중앙은행이 때로는 당장 인기는 없더라도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면서 경제에 초래되는 끔직한 결과들을 봐왔다"며 외풍에 맞섰다.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화두로 떠올랐을 때는 "미국 국가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국가부채 걱정은 잠을 설치게 만드는 문제"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평소 정부정책에 대해 '이런 점에서 경제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저런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향후 전개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라는 이주열 총재의 화법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과감함이다.
 
이주열 총재는 21일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내수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 답변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한 의원은 '올바른 정책이어서 내수에 기여한 것인지, 인건비 등 필연적인 재정지출이 늘면서 기여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다시 물었다. 이 총재는 "정책에 대한 다른 평가는 유보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방침에 대해서는 "재정여력이 있는 만큼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재정역할에서만 끝날 게 아니고 구조적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 답변에서는 한국은행 내부에 존재하는 '재정정책기조가 너무 긴축적'이라거나 '세금으로 더 걷은 돈 다시 푸는 정도'라는 평가를 읽기 어렵다.
 
한 경제계 고위인사는 "중앙은행 독립성에는 정책결정에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것 하나, 거시경제적 현상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롭다는 것 하나가 있다. 다소 불명확했던 코멘트 기능을 레벨업하지 않으면 '금리정하는 곳'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대통령과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적으로 첫 대면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임명장을 주고받는 그 순간, 인사청문요청서에 쓰여있던 한국은행의 중립성, 자율성 존중의 의미를 서로가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길 기대한다. 
 
한고은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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