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1만3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해운업황 회복을 가로막는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세계 해운시장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40척가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폭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룡해운사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현대상선은 초대형선박을 인도받으려면 2~3년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향후 2~3년 간 운임하락으로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일 세계 최대 해운협의회 발틱국제해사기구협의회(BIMCO)에 따르면 올해 조선사들이 인도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약 40척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조선사들은 올해 1만35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53척을 해운사에 인도할 계획이 잡혀있다. 하지만 BIMCO는 일부 해운사들이 선박 인도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제 인도예정 척수보다 낮게 제시했다.
앞서 선주사들이 지난해 인도받은 초대형컨테이너선은 43척이다. 애초 계획했던 55척에서 12척이나 인도가 미뤄진 결과다. 지난해와 올해에만 선복량(화물적재량)이 총 80만TEU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국적원양선사 현대상선의 선복량 42만TEU를 두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1만3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인도 현황. 제작/뉴스토마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곳도 있다. 싱가포르 화물운송리서치회사 크루셜퍼스펙티브는 올해 컨테이너선 공급이 지난해보다 5.9% 늘어나 수요 증가율을 넘어 설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선 공급이 수요를 앞찌르는 것은 해운업황 악화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초대형 선박의 인도 '러시'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이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초대형 선박들이 예정대로 인도되면 컨테이너선의 적재율(소석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선사들은 화주로부터 운임을 낮추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사들이 운임 인상을 시도하더라도 선택지가 넓어진 화주들이 응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은 물동량이 많은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등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북미의 경우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에 해당해 점유율 하락뿐만 아니라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연내 발주한다는 계획이지만, 조선사에서 선박을 인도받으려면 2~3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선박을 인도받기 전까지 버틸 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은 박근혜정부 시절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비용 용선료(선박 임대료)의 납부기간을 연장하거나 지분으로 전환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운임하락이 계속되면 재무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현대상선은 전체 선대에서 용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로, 50~60%대인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20~30%포인트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용선료 재협상으로 당면한 고비를 넘겼을 뿐 앞으로 2~3년 간 비싼 용선료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박을 발주하고 이 배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계약 중 비용이 높은 부분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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