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연초들어 동남아 자본시장을 겨냥한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장 진출뿐 아니라 안착을 위해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영국과 홍콩 등 금융 선진 시장에 진출했으나, 손실만 남기고 되레 발을 뺀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동남아에서 현지법인 인수 및 유상증자 실시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NH투자증권은 베트남 합작법인(NH Securities Vietnam)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서 외국인 투자자의 100% 지분보유가 가능해지자 NH투자증권은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51% 지분 인수를 마쳤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달 초 이사회에서 베트남 현지법인(KIS Vietnam)에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인 단빡(Danpac)의 지분 75%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B증권도 지난달 말 베트남 자회사인 KBSV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를 위해 KB증권은 작년 11월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마리타임증권을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작년 6월 베트남 현지법인에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한 바 있으며, 이달 초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 현지에 증권사를 직접 설립하기로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영국과 홍콩 등 선진시장을 대상으로한 과감한 진출이 시도됐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적자가 지속되면서 해외점포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 왔다. 자본시장연구원와 금융중심지원센터에 따르면 2011년 96개에 달하던 국내사 해외점포는 작년 9월 말 기준 66개로 30% 넘게 줄었다.
예컨대 삼성증권은 2000년대 후반 홍콩법인을 출범시켰으나 1000억원대의 손실만 남기고 사업축소를 결정한 바 있으며, 하나금융투자도 홍콩 시장에 진출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법인 청산절차를 밟았다. 미래에셋대우도 2008년 영국에 세운 법인이 휴면상태며, NH투자증권도 2015년 영국법인을 폐쇄하고, 사무소로 대체한 바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초기 설립 자본 이외에 중장기적으로 버텨나갈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국, 미국, 일본 등의 고도로 전문화된 글로벌 IB에, 자금력 면에서는 중국 증권사에 밀리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도 지난 2~3년간 국내 위탁매매시장의 회복 등에 기인해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해외진출 여력도 제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동남아에서의 현지 증권사 인수 등 해외사업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 진출 추진 자본력에다 버틸 수 있는 자금력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의 경우 문화적 차이가 적고 지리적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권사들이 MTS 및 HTS 등 온라인 위탁매매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플랫폼 장점을 활용해 중장기 전략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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