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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적반하장? 적반하장!
2018-02-06 06:00:00 2018-02-06 11:55:25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사전적 정의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잘못이 없는 사람을 도리어 나무라거나, 허물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사람을 탓할 때 쓰는 말이다. 혹은, 류여해 전 자유 한국당 최고위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름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에 외부 인사로 참여하면서 정치권에 첫발을 들였던 류여해 전 최고는, 그 즈음 새누리 당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적반하장’의 진행자로 당원들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2017년 2월 13일 새누리당이 지금의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자한당에 입당해 당 수석부대변인을 맡았으며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특별한 정치경력이나 당에 대한 기여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보수 제1야당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노른자 중의 노른자 서울 서초 갑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었고 같은 해 7월 3일에는 유효투표자 수 52,402표 중 24,323표를 얻어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이건 아니야~이건 아니야~정말 이건 아니야”란 반복적 외침과 하이힐을 과감히 벗어 던지며 맨발로 태극기를 흔들고 노래하던 퍼포먼스 등으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소위 시조새 창법의 ‘이건 아니메탈’이란 이름의 패러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그녀는, 그 이후 자의반 타의반 ‘여자 홍준표’로서 인생의 정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던 그녀가 이제는 홍준표 자한당 대표와 ‘성희롱’ 논란이 전제된 한 판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mbn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 통양지청 서지현 검사의 충격적 성추행 고백이 있은 후 이어지던 소위 #Me Too 캠페인에 mbn이 2일 '류여해도 #Me too 동참?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 당해왔다'는 제목으로 "류 전 최고위원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방법으로 홍준표 대표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적은 것이 발단이었다. 홍대표는 이 중 ‘수년간’이라는 부분에 주목하여 mbn의 기사를 가짜뉴스라 지목하고 mbn을 상대로 한국당 당사 출입금지는 물론 취재 및 당원들의 시청거부 조치를 취했으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이 종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경남지사 재직 시설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일을 거론하면서 "당시 민주노총과 1년 6개월을 전쟁했다. 강성노조의 갑질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온갖 모함을 무릅쓰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힘차게 달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류 전최고의 발언에 기초하여 이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이 ‘수년간’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이것이 대한민국 제1야당의 당대표가 해당 언론사의 당사 출입을 금지시키고 취재 및 당원들의 시청거부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노사 갈등을 빚던 진주 의료원을 강제로 폐업시켜 그로 인한 부작용과 경남도민들의 불편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진주 의료원 사건에 빗대어 이번 사태를 이야기하거나, 자신은 24년 동안 정치를 하는 과정에 단 한 번도 성희롱적 발언을 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대선 후보 시절 설거지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일은 차치하고라도, 2009년 야당의원이었던 추미애 대표를 향해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고 말하던 것이나, 2011년 6월 경 나경원 의원을 향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고 했던 것, 또한 2011년 10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하거나, 2016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했던 공개강연에서 대학시절 자신을 퇴짜 놓은 여학생 얘기를 하면서 공개적인 상황에서 "XX년"이라고 했던 것을 되짚어 보면 그의 말이나 사고방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군다나, 홍대표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류 전 최고 말마따나 ‘수년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러한 성적 희롱이나 발언’ 등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고 현재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Me Too 캠페인의 시작과 방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발 성희롱 성추행 사실로 전국이 실망감과 분노감에 들끓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검사출신 제1야당 대표라면 언론사의 잘못된 기사 전달 한마디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요란을 떨기 보다는 그 원인과 해결책에 집중하는 것이 작금의 ‘적반하장’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정말로 어떤 것이 적반하장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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