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재벌에게는 사람생명이 가벼워 보이나
입력 : 2018-01-31 06:00:00 수정 : 2018-01-31 10:22:29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포스코에서 또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25일 포항제철소에서 냉각탑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이다. 사망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라고 한다.
 
‘국민기업’으로 신망을 받아온 거대기업 포스코에서 이런 치명적 산업재해가 일어났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항제철소에서 7차례 안전사고가 일어나 12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사고는 모두 외주업체가 맡아온 작업장에서 일어났고, 희생자 역시 대부분 외주업체 노동자였다. 위험한 작업을 외주업체에 떠넘겨온 악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산업재해 사고는 재벌기업 사업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충돌 사고가 일어나 31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8월에도 STX조선소에서 석유운반선 기름탱크가 폭발해 4명이 희생됐다. 두 사건의 희생자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12월13일 설비를 정비하던 노동자가 설비에 몸이 끼이면서 사망했다.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 10년간 알려진 것만 30여명이 희생당했다. 국내 재벌기업 공장 하나하나가 아슬아슬하다.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조금 과장하면 ‘지옥문’ 같기도 하다.
 
건설현장도 마찬가지이다.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어나 아까운 생명이 연이어 죽어나갔다. 대림산업이 시공하던 평택 국제대교에서는 상판이 무너졌다. 요행히 인명피해만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대재해 작업장 748곳 가운데 건설현장이 401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알려지지 않거나 신고되지 않은 사고는 또 얼마나 많을까.
 
안전사고는 대부분 기업의 예방의지가 확실하고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다. 당국의 감시라도 철저하다면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의지도 약하고 당국의 감시도 철저하지 않으니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안전불감증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잇따라 일어난 대형 화재사고는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안전불감증의 불행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정부와 재벌은 이제 그런 불행한 사고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특히 재벌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악습을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과정에서 공약한 바 있으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재벌기업도 보다 진지해져야 한다. 치명적인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스스로에게도 해롭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일어난 당진공장의 사고로 말미암아 판매감소와 가동중단 사태를 겪으며 2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국제대교 사고의 영향으로 실적이 나빠지고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KTB증권은 대림산업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고, 교보증권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동시에 깎았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조선사업본부의 생산작업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재해 발생에 따라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의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재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역시 뜻하지 않은 손실이다.
 
이렇듯 산업재해는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기업에게도 큰 손실을 끼친다. 그런데도 산업재해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한국 재벌기업이 기형적으로 성장한 탓이 아닐까 한다. 덩치는 커졌지만, 작업공정과 환경을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개선할 지적 정신적인 역량은 갖춰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돈 버는 것만 좋아하지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의식은 결여돼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람의 생명까지 가벼이 여기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체질화된 것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기업의 선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시장에서 당당한 대접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21세기의 ‘군함도’라는 오명을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그런 불명예를 당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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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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