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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촛불혁명, 노동혁명으로 승화시키겠다"
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 노사정 대화 참여 시사…폐쇄에서 대중화로
"비정규직 100만명 민주노총 가입 목표, 청년에도 다가서겠다"
2018-01-17 18:20:26 2018-01-17 18:33:5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노동 현안은 갈등이 커 고차방정식과 같다. 이걸 푸는 것도 실력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비정규직과 양극화 해결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한상균 전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직접선거로 당선됐다. 민주노총 조합원 66%가 그를 지지했다. 자신감도 넘쳐 보인다.
 
그는 파업으로 잔뼈가 굵은 노동 운동가다. 철도 노동자인 그는 1994년과 2014년 파업으로 구속됐다. 이명박정부 때는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했다. 2013년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을 설립했고, 노조는 이를 민영화로 규정했다. 22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김 위원장 등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역대 최초로 민주노총에 진입, 검거 작전을 벌였다.
 
현재 그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17일 오전 민주노총 인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노동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우리사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이전의 민주노총이 (국민에게)고립됐다면 앞으로는 연대의 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중화로의 전환이다.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결선 투표까지 치르다 보니 선거기간이 길어졌다. 내부를 다지고, 올해 사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민주노총을 만들 계획이다. 조합원 200만명 시대를 만들고 싶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만든 노동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 산업별로 정부와 교섭 테이블을 만들고, 노조의 경영 참가도 활성화하겠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새롭게 거듭나겠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노사정 대화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최근 노사정위는 참여단체 구성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노사정 대표가 모여 대화 의제를 정하는 방식이다. 대단한 변화다.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지는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산업별 노정 교섭을 확대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노동법도 개정이 필요하다.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경우 민주노총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차이는 줄이라고 있는 것이다.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예정이다.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 노사정 대화를 거부한 후보는 없었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에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본다. 방법과 온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직접 만나서 설득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려면, 이전처럼 발표 직전 통보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지금보다 상황이 진전된다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4일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참석이 어렵다. 내부적으로 준비도 부족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
 
노동 현안이 적지 않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중복할증 문제도 이슈다. 
과거 노사정 대화 때마다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주도했다. 대화 국면이 형성될 때 노동법을 개악하면,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대화가 계속되기 어렵지 않겠나. 지금까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정부가 대화 의제를 정하고, 노동계가 받을지 말지 선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밖에서 투쟁했다. 
 
민주노총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의 노력으로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된다면 그러한 취지를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산입범위를 늘리고 있다. 노동시간까지 줄이는 곳도 있다. 민주노총은 경영계의 이러한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기 위해 조직적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다. 재계도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 노동자의 처지를 이해해야 한다. 임금의 총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대해 판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18일 중복할증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존중해 판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기준으로 판결한다면 오히려 대법원이 법을 왜곡하는 셈이다. 
 
신년사에서 재벌개혁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수혜자는 대기업과 재벌이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렸다. 노동자들이 주말에도 촛불을 들고 나섰는데 직장에서 갑질, 차별, 성희롱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촛불혁명이 노동혁명이 되려면 일터를 바꿔야 한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이번 특별사면에서 빠졌다. 
산별 노조 대표자 누구든 한상균 전 위원장에 대해 얘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상균 전 위원장과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석방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근혜정부와 싸운 민주노총 집행부를 3년째 가두고 있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 정부가 적폐 청산의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나치게 보수진영의 눈치를 보고 있다. 좀 더 분명한 입장을 택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정부와 어떤 관계를 가질지 관심이 높다.
민주노총은 정부를 존중하고, 협력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상 한계가 있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노동시간이 68시간으로 늘었는데,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영계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나서겠다. 현재 위상에 대해 여러 부정적 표현이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빛과 소금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비정규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겠다.  
 
문재인정부 비정규직 대책 성과도 있었다. 장단점을 말해달라.
상시 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정부의 원칙 높이 산다. 하지만 현장은 느리게 바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실 운명 공동체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고용이 불안하면 정규직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은 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또한 후퇴한다. 문 대통령이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눈에 띄는 노동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이 노동존중인지는 알기 어렵다. 집권 2년차에는 분명하게 드러낼 것으로 기대한다. 
 
비정규직 대책이 있다면.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가입해야 한다. 임기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100만명을 노조에 가입시킬 계획이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민간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민주노총으로 끌어오겠다. 민주노총의 예산과 인력 30%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쓸 계획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100만명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민주노총도 바뀐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달라진다. 
 
지난해 12월 김명환 위원장이 민주노총 신입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사진/뉴시스
 
조합원을 2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조직 노동자를 가입시키기 위한 사업을 전략적으로 하겠다. 노동법의 변화도 필요하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문제는 노조를 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여전히 권위적이다. 임금을 주고 일을 시키는데 왜 노조를 하냐는 말이 나온다. 노동계도 반성이 필요하다. 청년과 청소년들을 끌어안지 못했다. 청년이 민주노총을 지지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 노동운동이 청년과 호흡하고, 청년의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 청년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민주노총에 청년위원회를 만들겠다. 민주노총도 이전보다 젊어지겠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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