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재합의 어긴 중재판정도 당사자가 절차 참여한 이상 유효"
입력 : 2018-01-12 12:00:00 수정 : 2018-01-12 12:53:5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중재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중재절차가 이뤄지고 중재인 선정절차에 참여하지 못했더라도 당사자가 중재절차에 모두 참여한 이상, 중재판정 효력은 모두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아일랜드 회사인 P사가 국내 D사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중재사건에 관해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중재위원회 중재인 판정주문의 중재판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영국에 본부를 둔 조정·중재기관인 공인중재인협회 아일랜드 지부가 선정한 중재인에 의해 이뤄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은 뉴욕협약이 적용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비록 피고가 중재인 선정절차에 관여하지 못했더라도 선정된 중재인에 의해 진행된 모든 절차에 참여한 이상 뉴욕협약에서 정한 방어권 침해의 승인·집행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에게 중재판정금 지급을 명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뉴욕협약에서 정한 공서양속 위반의 승인·집행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중재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서 선정한 중재인에 의해 절차가 진행된 하자가 강행규정 위반 등 근본적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중재기관 및 중재인 선정에 관한 사항은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당사자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서 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그렇다면 이 사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 진행경과와 피고의 절차 참여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피고는 기존에 약정했던 국제상공회의소의 중재절차를 통한 중재 등 자신의 절차적 권리를 포기하고, 이 사건 중재기관의 중재절차로 진행하는 것에 관해 새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주재원들을 상대로 주거정착 컨설팅을 해주는 P사는 2008년 3월 D사와 라이선스 가맹점 운영권 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규칙에 따라 임명된 중재인의 중재로 ICC 규칙에 따라서만 해결하기로 서면 합의했다. 중재지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정했다.
 
이후 수수료를 두고 다툼이 생기자 P사는 2013년 7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영국에 본부를 둔 조정?중재기관인 공인중재인협회(CIARB) 아일랜드 지부에 중재인을 신청했고, CIARB 지부장이 선정한 중재인이 중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D사는 중재인의 예비미팅 제안에 이메일로 불참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대신 진술서와 증거, 자료를 제출하고 필요할 경우 D사의 중재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중재인은 D사가 예비미팅에 참석하지 않자 서면제출과 구두변론으로 중재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절차협의서를 P사와 D사에게 각각 보냈다. 이후 진행된 중재절차에서 D사는 서면으로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심문기일에 대한 의견, 화상회의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에 임했다.
 
중재인은 2014년 8월 결국 P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D사는 P사에게 총 71만6423유로(우리 돈 9억1900만원)를 지급하고, D사의 반대청구는 이 중재판정에 따라 기각된다”고 중재판정했다. D사는 그러나 중재판정이 당사자간 합의를 어겨 진행돼 무효라며 채무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P사가 중재판정을 근거로 우리 법원에 강제집행을 허가해달라며 소송을 내 1, 2심에서 모두 승소하자 D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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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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