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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년 여론조사)국민이 바라는 개헌 시대정신 1위는 '사회 양극화 해소'
"87년 개헌 후 30년간 여전히 소득·세대·계층·지역간 등 양극화 심각"
2018-01-02 06:00:00 2018-01-03 16:32:4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올해는 국민의 손으로 헌법을 개정할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30년 만이다. 밑바탕에는 지금의 헌법이 그동안의 변화된 사회상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변화로 인해 거듭된 경제적 성장과 새로운 사회현상에 오히려 심화한 것이 있다. 변화 못지않게 확대된 ‘사회 양극화’다. 낡은 틀에 머문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이 헌법 개정에 반드시 담고 싶은 시대정신 1순위로 ‘사회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소득과 세대, 계층, 지역 간 양극화 문제를 거스르기 힘든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2.9%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선택했다. ‘개헌을 한다면, 새 헌법이 꼭 담아야 할 이 시대의 요구를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이다. 지역별로 강원(40.0%)에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고 이어 경기·인천(34.4%)과 대구·경북(33.7%), 서울(33.5%) 순이다. 제주(24.0%)와 광주·전라(27.3%)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에서 확인된 국민주권의 확대(18.8%)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보편적 복지국가(15.5%)와 경제민주화(11.6%), 양성 평등(6.6%) 등이 국민이 바라는 개헌의 시대정신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통합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양극화다. 지난 정부와 이전 정부에서도 사회적인 양극화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았지만 격차 해소는커녕 오히려 심화된 탓이다. 올해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도 같은 고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경제의 중심축을 삶의 질 개선, 사람중심 경제에 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의지와 달리 새로운 분열과 계층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소득 양극화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부의 편중은 예민한 문제다. 정부가 올해 정책방향 핵심 의제를 양극화 해소에 두고 처방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국민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오랜 저성장 극복도 어렵다는 게 현 정부의 진단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일반국민의 43.1%가 한국경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소득 양극화’를 첫손에 꼽았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국민 소득과 삶의 질이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데 한국은 예외였다. 올해 한국은 1인당 국민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삶의 질은 2012년 24위에서 지난해 29위로 떨어졌다. 교육과 기대수명 등은 양호한 편인데 주거와 소득·고용·건강·삶만족도 등에서 주요국에 비해 미흡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기업에 귀속되면서 가계·기업 간 소득 격차도 커졌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기업소득은 255% 증가했는데 가계소득은 138% 느는데 그쳤다.
 
‘국민주권 확대’가 곧 개헌의 방향이라는 국민적 열망도 절실하다. 광주·전라(28.3%)에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으며 강원(7.3%), 대구·경북(11.9%), 부산·경남·울산(12.9%)에서는 비교적 낮게 나왔다. 헌법은 곧 국민이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설계도인 만큼 개헌 또한 국민주권을 확대,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개정할 헌법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정체성과 지향점을 포괄하는 헌법의 정수로 당대 시대정신과 역사적 지향을 전문에 포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 정신은 지난 연말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일부 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헌법에 명시해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올해 신설된 아동수당 예산안이 여야 합의 과정에서 일부 축소된 것도 이런 의견을 한몫 거들었다.
 
선별적 복지로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가 예산 논의를 통해 전원 지급에서 소득하위 90%를 선별해 지급하는 것으로 선회했고 올해 7월로 정했던 시행시기는 두 달 미뤄진 9월로 늦춰졌다.
 
‘경제민주화’ 강화 역시 개헌 논의의 중심에 있다. 경제민주화 의미를 구체화해 국가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여야는 물론 국회 내 개헌을 주도하는 개헌특위 역시 ‘헌법 119조 2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경제력 집중 방지’라는 문구를 추가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집단적 사법구제 수단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3항에 신설키로 합의된 상황이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개입 강화와 관련해 정부가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양성 평등’을 둘러싼 개헌은 현재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양성 평등 개헌 추진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경우 강력 반대하는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의 경우 대선 후보 당시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인 민감성과 시민단체의 관심이 큰 만큼 전면에서 다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쉽게 결론이 내려지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양성의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 구현이 현재의 평등 개념임을 감안할 때 먼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차별 금지 사유가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론조사 개요
의뢰기관= 뉴스토마토
조사지역·대상 및 표본크기=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6명
조사기간= 2017년 12월25~26일(2일간)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 포인트
응답률= 3.5% (총 2만8744명 중 1006명 응답 완료)
표집틀 및 표집방법= 무선 80% 전화번호, 유선 20%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를 통한 임의걸기 (RDD, random digit dialing)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 2017년 1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성, 연령, 지역별 가중값 부여 [림가중]
조사기관= <주>리얼미터
 
지난해 11월22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이주영 위원장 주재로 헙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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