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상여금 300%를 매달 25%씩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현중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덜게 됐다.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최저임금은 매년 가파르게 인상될 전망인데, 현중은 대비책을 마련했다. 수당을 신설해 노사 모두 실리를 챙겼다는 평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9일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2년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조선업 불황에 임단협까지 장기화돼 노사갈등을 겪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경영에 전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사는 800%의 상여금 중 300%를 매달 지급한다. 나머지 500%는 분기말 100%, 설과 추석에 각각 50%씩 지급한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의 최대 쟁점은 상여금 체계 개편이었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은 회사의 고민 중 하나였다. 현대중공업은 근속연수가 낮은 직원에게 기본급 조정수당을 지급해 왔다. 기본급 조정수당은 최저임금(월급 기준)보다 임금이 낮은 직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다. 직원이 실제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지만, 최저임금법이 금지한 수당을 제하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경우가 생긴다.
현대중공업지회(노조)에 따르면 올해는 입사 3년차까지 이 수당을 받았다. 최저임금이 16.4% 오르는 내년은 지급대상이 입사 8년차까지 대폭 늘어난다. 내년 기본급 조정수당의 인상폭은 올해보다 16만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는 대비책으로 상여금 체계 개편을 노조에 요구했다. 연 300%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할 경우 회사는 기본급 조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8월부터 상여금 체계 개편이 임단협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같은달 회사는 기본급 삭감안을 철회하고, 기본급 동결을 제안했다. 대신 상여금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그만큼 시급한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4달 동안 상여금 체계 개편을 논의한 끝에 이날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이번 임단협에서 노사 모두 실리를 챙겼다. 회사는 문재인정부 때 매년 가파르게 오를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수록 회사측의 부담은 줄어든다. 노조는 자기계발비 명목(통상시급 x 20시간)의 수당을 신설했다. 이 수당은 조선업 불황으로 고정연장수당이 폐지, 기존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수당이다. 전 직원에게 자기계발비가 지급돼 실질 임금은 소폭 인상됐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지난해와 올해 임단협은 내년 열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타결 여부가 정해진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임단협 타결을 희망하는 조합원과 상여금 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현대차의 올해 임단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현대차지부 조합원 50.2%가 반대해 연내 타결이 무산된다. 현중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사 모두 적잖은 혼란에 휩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현대중공업 노사의 이번 잠정합의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영계는 현대중공업 일부 직원의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례를 강조해 산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상여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사업장까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지난 10월 현중 노조 조합원이 임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현중 노사관계는 29일 열릴 조합원 투표에 달렸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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