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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코이 "학교밖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비즈니스모델 창출"
(사회적기업가를 말하다) 박하진 더코이 대표
스무살에 법인 차려…최연소 사회적기업 대표
학점, 진로 걱정할 나이에 직원 월급 걱정…"대기업이 하지 않는 것에 집중"
2017-12-20 06:00:00 2017-12-20 06: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스무살. 학점, 진로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는 나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직원 월급을 걱정하는 스무살 청년이 있다. 목공예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사회적기업 더코이의 박하진 대표다. 97년생인 그는 국내 최연소 사회적기업 대표이기도 하다. 박 대표를 만나 더코이의 비즈니스 모델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걸어온 길도 여느 청년들과 달랐다. 박하진 대표는 학교에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해 정규교육과정을 생략했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지낸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학교에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교 밖 청소년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낮에 지하철을 타면 '왜 이 시간에 학생이 학교에 안 갔나'라는 시선으로 쳐다본다"며 "아직까지도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이 크다"고 말했다.
 
학교 밖 생활을 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이 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박 대표는 목공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그래서 설립한 회사가 더코이다. 2년차인 더코이는 기관과 연계에 청소년들에게 목공교육을 진행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필기구, 음향기기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기업이다.
 
박 대표는 좋은 목재, 수작업에 집중했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 대기업은 할 수 없는 더코이의 강점이라 생각했다. 그는 사업 영역을 넓혀 학교 밖 청소년은 물론 일반 성인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어떤 계기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됐나
 
내가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이다. 지금은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달랐다. 오전 11시쯤 돌아다니면 이 시간에 왜 학교에 안갔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보수적인 시각이 강했다. 그리고 나와 보니 학교 밖 청소년들은 위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보다 훨씬 부족하다. 교사 한명당 학생 20~30명을 맡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담당자 한 명이 200여명 가량의 학생을 케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비즈니스로 접근했다. 목공을 취미로 배웠었다. 이것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고 결정했고 지난해 3월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지금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목공을 가르치기도 하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다. 직원은 총 4명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것은 자의적인가
 
자의반 타의반이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학교에 안 가는건 어떠냐고 아버지가 질문했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어린 나이 였던 그 당시 선택은 타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학교 때 다시 진학을 고민하던 시점에서는 자의적으로 선택했다. 그 이전까지는 부모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중학생이던 당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기였다.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은 가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눌리고 뭔가 정해진 틀에 따라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단 책임은 내몫이라는 것은 부모님이 항상 말씀하셔서 잘 새기고 있다.
  
-학교생활에 대한 장단점이 있을텐데 후회는 없나
 
후회는 없다.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렸다. 마음껏 놀았고 놀면서 깨달은 것도 있다.
지금 또래 친구들과 만나면 관심사가 다르다. 그들은 학점 걱정을 하고 진로를 고민한다. 나는 직원 월급을 고민하기 때문에 대화를 해도 공감을 하지는 못한다. 친구 관계에서도 장단점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사회적기업까지 마련한 것도 이 같은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최연소 대표라고 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이가 적고 많고는 중요하지 않다. 단 장점은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세번을 망해도 30대일 것이다. 그 이후에는 사업에 대한 실패 확률도 적어질 것이다.
  
-더코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관심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또한 사회적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윤 창출에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기업 제품이기 때문에 구매를 해야한다는 게 아니다. 만드는 제품도 경쟁력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이 잘 할 수있는 일이 있듯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기업은 대량 생산은 할 수 있어도 사람 손을 하나하나 거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시간을 더 많이 쏟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목재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목을 사용하는데 이는 무늬도 강도도 좋다. 오랫동안 목공 일을 하다보니 특수목을 구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확대시킬 계획인가
 
지금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목공 교육을 하면서 이들 중에 몇몇을 고용해 함께 판매할 제품을 만들고 있다. 향후에는 타깃을 한정하지 않고 일반 성인으로까지 확대하고 싶다.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초창기에는 필기구, 소품 위주로 제작해 판매했다. 지금은 스피커, 앰프 등 음향기기로 넓혔다. 향후 가구쪽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창업지원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그 만큼 창업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10년 배운것 압축적으로 1년에서 배운 느낌이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부터 쉽지 않은데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창업하기는 너무 어렵다. 부모 동의가 필요한데 이 역시 과정이 복잡하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청소년을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해 가고 싶다.
   
더코이는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목공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진=더코이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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