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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발달장애인, 경단녀에 일자리 제공 기회를"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테스터 양성…"공정한 기회 주어져야"
3~4년내 100명 고용 목표…"사회문제 해결 범위 넓힐 것"
2017-08-31 08:00:00 2017-08-31 08: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소프트웨어 테스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잘 알려진 직업군 가운데 하나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자가 아닌 제 3자가 개발 이후 혹은 개발 중간에 검증을 해주는 직업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각광 받고 있으며, 과거에는 개발 마지막 단계에 테스터가 투입됐다면 최근에는 품질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도 테스터의 역할을 필요로 하면서 수요는 더 늘고 있는 추세다. 테스터 관련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테스트웍스는 소프트웨어 테스팅을 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20년간 테스팅 경력을 가진 윤석원 대표가 이끌고 있다. 소프트 테스팅을 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8일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 막 강의를 마치고 또 다른 미팅 장소로 이동하기 전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바쁜 스케줄에 쫓기고 있었다. 지난해 4월 회사를 본격 운영한 이후 최근 가장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다.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테스터란 직업이 점차 각광을 받자 그 역시 덩달아 바빠졌다.
 
테스팅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다
 
윤 대표가 테스팅 직무를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에 취업하면서다. 그는 "처음부터 이 분야를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20년 전 소프트웨어 테스팅을 시작한 것은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테스팅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에 아웃소싱이 많이 이뤄진다. 단발성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테스터로서 일을 시작해도 일자리 역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표는 테스터로서 일하다가 더이상 일이 없어, 혹은 더이상 능력을 키울 수 없는 환경 탓에 떠나는 청년들이 많이 봐왔다.
 
직무를 시작하는 초기단계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는 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유동적인 근무환경에 주목했다. 윤 대표는 테스터 직무의 특성이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오히려 좋은 근무환경이 될 수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테스트웍스가 처음 타깃으로 잡은 계층은 경단녀다. 그러면서 40대 경단녀 두 명과 처음 일을 시작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재취업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일에 대한 수행 능력도 컸다. 경단녀의 경우 초급 테스터가 되기까지 200시간 가량의 교육을 진행한다. 10년 정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인 만큼 3~4번의 반복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1년이 지나자 경단녀를 통한 비즈니스모델은 완료됐다. 본격적으로 모델을 확장시킬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고객사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눈에 보이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거나 신규 프로젝트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표와 두 명의 경단녀로 시작된 테스트웍스는 현재 15명이 함께 일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경단녀에 이어 자폐성 장애인 고용까지
 
회사는 국내 최초로 자폐성 장애인을 테스터로 고용했다. 정직하고 정확하며 단순 반복작업에 능하다 자폐성 장애인의 성향을 일자리로 연결시킨 것이다.
 
비즈니스모델이 완성된 경단녀와 달리 자폐성 장애인은 현재 검증 단계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투자 단계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기 까지 멀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확신하게 된 계기도 있었다. 테스트웍스에서 교육시킨 자폐성 장애인 3명이 모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테스터 관련 자격증의 경우 취득율이 50~60% 가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는 "자폐성장애인들이 고득점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며 "소름이 돋을 만큼 기뻤고, 이들이 비장애인 보다 업무성과를 더 높일 수 있는 사업분야도 분명 있을 것이란 확신도 가졌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선입견이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데 있어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다. 막연한 거부감이다. 윤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자폐성 장애인을 채용해서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서적인 차별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 내에서는 경단녀와 자폐성 장애인의 단합도 업무성과를 높이고 있다. 경단녀가 가지고 있는 소통능력과 모성애가 정직하고 정확하지만 아이 같은 자폐성 장애인을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폐성 장애인들의 사회성도 높아지고 있다.
 
직원들의 변화는 곧 윤 대표의 보람이다. 그는 "100번 중에 90번은 힘들다. 10번은 기쁜데 이 기쁨이 정말 크다"며 "직원들이 성장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그 90번의 어려움도 잊혀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부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는 얘기를 직원들로부터 듣는다"며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눈 앞에서 보니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00명 고용 목표…아시아로 수출 계획
 
나이, 성별, 장애, 인종에 차별없이 실패경험이 있어도 잠재력이 큰 사람을 발굴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테스트웍스의 미션이다. 여기에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경단녀와 자폐성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는 것이 윤 대표의 바람이다.
 
3~4년 안에 100명까지 고용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청년 중심의 파트타임만을 고용하면 회사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의미있는 성장을 바라는 그다.
 
자폐성 장애인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까지 검증되면 이를 아시아로 수출하겠다는 큰 그림도 그렸다. 또한 현재는 테스팅 업무에 집중됐지만 향후 환경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은 게 윤 대표의 비전이다. 그는 "향후에는 연구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기술집단의 사회혁신을 해나가고 싶다"며 "전 분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확대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사진제공=테스트웍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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