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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재벌2세 리스크’ 없어질 때 됐다
2017-12-13 06:00:00 2017-12-13 06:00:00
최근 재벌총수 일가의 불미스런 소식이 꼬리를 물고 전해졌다. 모두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대형재벌의 총수 또는 그 친인척들이다. 최근 전해진 사건들을 간단하게 훑어보자.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 전 회장의 여권효력이 최근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김 전회장은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면서 경찰의 3차례 소환에도 응하지 않고 버텨왔다. 이제 미국 비자가 만료되는 내년 1월 말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고 한다.
 
부실한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4월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직전 가지고 있던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아 약 10억 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업상 편의를 봐주고 입점업체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영자(75·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을 처지가 됐다.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낸 것이다. 무죄로 인정된 일부 혐의도 유죄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반면 술에 만취해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손찌검한 것으로 전해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김동선(28)씨는 사법처리를 모면하게 됐다.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김씨의 폭행 및 모욕 혐의 사건을 수사했지만,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월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이번에는 행운의 여신이 그를 도운 모양이다.
 
이들은 모두 창업자의 2세 또는 3세들이다. 이들 외에도 2세 또는 3세가 연루된 사건이 즐비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택공사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보다 규모가 다소 작은 대기업 관련 사건까지 더하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나열할 수도 없다.
 
이들이 일으킨 사건 가운데는 경영비리도 있고, 개인적인 일탈도 있다. 하지만 전혀 별개의 것만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이요 기업에 해악을 끼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 기업은 매출감소와 주가하락 등 홍역을 치르곤 한다. 소액주주까지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는다. 시민단체와 정책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감시대상이 되고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한다. 그리고 반기업정서에 기름을 붓는다.
 
사실 재벌총수 혹은 그 자식들의 일탈행위는 오래 된 일이다. 1970년대에는 세칭 ‘7공자 ’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다. 이들이 속한 재벌은 거의 문을 닫고 사라졌다. 오늘날 우리 경제는 무척 커지고 시민의식도 성장했다. 그럼에도 총수 자제들의 탈법과 일탈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마 100권의 책으로도 다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너리스크’ 또는 ‘재벌2세 리스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렇지만 이제는 근절될 때가 됐다. 국민이 더 이상 용인하지도 않는다.
 
‘재벌2세’리스크가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창업주 때부터 형성된 재벌총수의 제왕적 권위주의와 왜곡된 지배구조나 특권의식 등 여러가지가 꼽힌다. 더욱이 법의 제재도 미온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법정신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총수일가는 갖가지 사유로 모면한다. 그러니 도덕불감증에 빠져든다. 따라서 재벌2세리스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의 엄정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모든 문제를 법과 제재로 해결할 수는 없다. 책임의식과 도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동시헤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재벌 지배구조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재벌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종의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재벌2세나 3세의 윤리적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말미암아 위상이 추락했다. 그렇지만 재벌 2세와 3세의 윤리재교육에 나서면 추락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한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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