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인터넷은행과 은산분리, 상관없다는 여당
입력 : 2017-12-08 06:00:00 수정 : 2017-12-12 09:14:3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하면 된다. 경쟁력을 갖추고 싶다면 지분 구조와 상관없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 된다", "은산분리 완화로 자본을 늘리겠다는 것은 결국 기존 일반은행과 똑같이 대출 영업으로 경쟁을 하려는 것 아니냐"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실 관계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주도로 출범한 인터넷은행의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 4%)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필수적인 과제다.
 
정치권은 지난해까지만해도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은산분리 관련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은산분리 완화에 우호적이었던 여당 의원들까지 반대 기류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의 논리는 "인터넷은행만을 위해서 은산분리 규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ICT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않더라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이 많으니, 현행 은행법 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존 일반은행과 대출 경쟁을 벌이겠다는 속셈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해달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시선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이라는 존재 자체가 정쟁화 됐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적폐 청산'이라는 국정 과제와 맞물려 인터넷은행 역시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적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은행 인허가와 관련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검찰 수사를 요구하거나, 인허가를 취소해야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인터넷은행의 가치를 의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 반년이 채 되지 않아 가입자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일반 시중은행이 한 해 동안 유치한 모바일 뱅킹 가입자수를 네곱절 이상 웃돌았다. 인터넷은행이 블랙홀처럼 금융소비자를 끌어들인 것은 그만큼 기존 은행들의 고압적인 금융거래 업무 방식과 복잡한 절차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기존의 인터넷은행 지분 구조로 사업을 해보라는 것은 결국 인터넷은행이 일반은행의 '2중대'로 머물러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지분율 기준으로 인가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KT의 지분율이 8%에 그친 반면, 우리은행 지분이 10%로 가장 많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사실상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금융 후진국'으로 여겼던 중국에서는 벌써 IT업체 샤오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세번째 인터넷은행이 연내 영업을 시작한다.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은 비금융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25%, 일본은 20%까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으며, 당국 승인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은 4차 산업혁명의 금융부문 '시험장'으로 꼽히고 있는데, 은산분리 완화를 인터넷은행만을 위한 특혜라고 단정짓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기존 금융권의 판도를 흔들기 위해서는 30년도 더 된 은산분리 법안을 재논의할 때가 됐다고 보여진다. 정부와 정치권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말로만 강조할 뿐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에는 정치적 해석을 갖다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들이 언제까지 정부와 손발을 맞춰 신사업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을 부러워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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