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 북한은 ICBM급 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새벽 3시17분쯤이었다. 남북한 국민 대다수가 곤히 잠든 시간이었다. 발사장소도 바꿨다. 한국군의 대비능력을 떠보고 언제 어디서나 발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는 우리 국군에 의해 보기 좋게 간파됐다. 우리 군은 사전에 북한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2∼3일 전부터 대비해 왔다. 그 결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불과 6분 만에 대응타격훈련을 실시했다. 육해공군이 동시에 미사일을 1발씩 발사해 목표지점을 맞춘 것이다. 북한의 의도와 움직임은 우리 군에 의해 거의 완전하게 포착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더 인상 깊었던 ‘사건’도 있었다. 원·달러 환율이 예상 밖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6원이나 하락해 1076.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5년 4월 29일(1068.6원) 이후 가장 낮았다고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떨어지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져 왔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봐도 이날 환율은 올라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과 경험칙이 이날 여지없이 무너졌다. 환율은 오히려 그 다음날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향후 통화긴축 완화 속도를 조절할 뜻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9일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02bp 내려갔다. 7거래일 연속 하락이었다.
북한이 핵무기와 사정거리 1만3000km에 이르는 ICBM급 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사했다는 사실 자체는 크나큰 위협이다. 한반도는 물론 세계 전체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핵무력 완성’'까지 선언했으니 북핵 위협의 차원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말미암아 한국의 대응능력도 함께 향상된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 무기로서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이 정확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면 크게 겁 먹을 일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29일 국내외 금융시장은 이런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한국의 정부와 군의 차분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에 신뢰를 보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북한의 도발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고 놀랄 일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기이다. 북한의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무기이다. 체력 약한 사람이 헤라클레스의 묵직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허세이고, 북한 자신의 체제유지에도 해로울 뿐이다. 북한은 가중되는 제재에 직면해 더 어려워질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곳은 어차피 없다. 그 무서운 무기를 어디다 어떻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욱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북한 핵무기는 사실상 쓸모없는 무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 쓸모없는 무기를 만들려고 공연히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이웃나라의 심기만 불편하게 한 것이다.
반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경제가 핵과 미사일보다 훨씬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 100배 1000배 강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주의의 힘에 경제적 역량까지 더하면 수만배 강하다. 북한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기적으로 한국은 적절한 제재와 함께 다중미사일 방어체계를 조속히 완비하는 등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변정세를 냉철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보다 긴 안목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우리의 경제적 역량으로 극복할 전략도 강구해야 한다. 그 첩경은 남북한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현재는 남북한 경제교류가 사실상 끊겨 있으므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긴장 속에서도 경제교류가 재개되도록 정부가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사회적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고대 희랍의 철인 플라톤이 강조한 대로 ‘한마음 한뜻’의 나라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가운데 안정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 역량이 언젠가는 말해 줄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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