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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부터 완제품까지…미 통상압박 '그물망'
업종 불문 수입량 많으면 사정권…로컬기업 악용에 전전긍긍
2017-12-04 18:22:13 2017-12-04 18:22:13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의 통상압박이 한국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전방위로 퍼졌다. 가격덤핑 등 불법 여부와 무관하게 수입량이 많다는 이유로도 규제망에 걸린다. 안전지대에 속했던 반도체까지 보호무역을 이용한 현지 기업의 공격 대상이 됐다.
 
미국이 한국산 품목에 적용 중인 수입규제는 4일 현재 총 31건이다. 그 중 8건은 조사가 진행 중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가 포함돼 있다. 기존 수입규제는 철강, 섬유, 석유화학 등 부품소재 영역에 국한됐으나, 세탁기를 기점으로 최종 완제품까지 발을 넓혔다.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품목도 늘어나, 최종 제품이 규제에 걸리지 않더라도 부품에서 걸리는 그물망이 펼쳐지고 있다.
 
미 조사당국은 자국법 규정을 확대 적용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미 상무부가 현대제철, 넥스틸, 세아제강 등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적용했던 반덤핑관세 재심 판정은 미 현지 언론들조차 선례가 없음을 지적할 정도다. 한국산 강관이 저가의 중국산 열연을 사용해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고무줄 판정이다. 트럼프정부는 수입 억제를 위해 법적으로 허용된 무역구제 조치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미 수출량이 높은 품목은 업종을 불문하고 사정권이다.
 
대미 수출량이 크게 늘고 있는 반도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미 로컬 기업들이 보호무역 상황을 이용해 잇따라 국내 기업을 제소하며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히 미 관세법 337조 위반 혐의의 신고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제품도 타깃이 됐다. 미 테레사가 지난 9월28일 삼성전자 반도체의 337조 위반을 신고해 10월31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사에 착수했다. 반도체는 물론, 해당 제품을 탑재한 전자기기까지 리스크에 노출됐다. 지난 3일에는 넷리스트가 제소한 SK하이닉스의 메모리모듈 특허 침해 2차 소송 관련, ITC가 337조 위반 혐의 조사를 결정했다.
 
관세법 337조는 불공정 경쟁 및 수입행위 등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특허법 등에 의해 결정됐던 판례로 인정된다. 넷리스트가 제기했던 1차 소송에서, 미 재판부는 SK하이닉스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번 2차 소송도 일종의 ‘패밀리 특허’에 관한 소송으로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넷리스트는 관련 특허 70여건을 바탕으로 여러 기업과 국제 소송을 벌이며 일부는 승소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관련 특허에 대한 크로스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고 특허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넷리스트는 SK하이닉스와 특허권료 협상을 벌이다 여의치 않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ITC 조사로 압박 수위를 높여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듯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 보호무역 기조로 조사 발동은 쉬워지고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일단 조사에 들어가면 피조사기업이 매우 불리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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