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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학습권, 대책 없나)③'"특수교육'도 국민 기본권, 국가부터 인식 달라져야"
장애인특수교육법 실시 10년 지나도 진척 없어…교육부 내 특수교육정책과 국으로 격상 필요
2017-11-03 06:00:00 2017-11-03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장애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장애계의 의견이 다수 반영돼 장애교육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기대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나아진 게 없다. 
 
장애아동들은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 떠밀리듯 특수학교를 찾아 나서야 하고, 인근 특수학교에 가려면 추점을 받아야 상황이 매년 반복된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주민공청회나 동해시 주민설명회는 그간 우리사회가 외면해왔던 문제였을 뿐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철학을 내세우며 특수교육 분야의 지원을 약속했다. 장애아동들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접한 국민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계속되는 특수학교 신설 약속
 
강서구 서진학교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9월13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를 방문해 장애아동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특수학교 18개교를 신설하겠다고 공헌했다. 김 부총리는 “특수학교 설립은 우리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중 현재까지 교육부에 특수학교 신설계획을 보고한 지역은 서울(3곳)·경기(3곳)·충남(3곳)·인천(2곳)·강원(2곳)·경남(2곳)·대구(1곳)광주(1곳)대전(1곳)등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서울 내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강서구 서진학교·서초구 나래학교(2019년 3월 개교예정)와 중랑구 동진학교(2020년 3월 개교예정)을 제외하고, 용산구·영등포구·동대문구 등 나머지 7개 자치구에 특수학교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중랑구를 포함해 이들 8개 자치구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은 전체 서울 장애학생 1만2804명 중 2837명(22.2%)으로 이 중 732명(25.8%)는 다른 자치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을 있다. 선택권이 없는 나머지 아동들은 일반학급 내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주민 반대 잠재울 해법 절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조 교육감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 교육청은 내년 1년간 서울형 특수학교 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발달 단계, 장애특성, 지역적 여건을 반영한 특수학교의 모델을 찾을 계획”이라며 “앞으로 있을 서울 특수학교 설립에도 연구결과를 적극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덜어줄 방법으로 주민편익 시설을 함께 제공하는 ‘지역 랜드마크형 학교’나 지역의 특수학교 수요를 고려한 ‘소규모 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제시했다. 
 
실제 지난 2000년 개교한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의 경우만 하더라도 설립 당시엔 주민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 내 헬스장이나 수영장 같은 편익시설을 개방하면서 서서히 지역에 융화됐다. 지역 주민들도 거리낌 없이 매일 학교를 드나들고, 장애아동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진 지 오래다. 
 
장애아동, 홀로서기 준비가 목적
 
다음달이면 문재인 정부의 특수교육 정책 밑그림이 그려진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이 발표된다.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특수교육을 등한시한 교육당국에 있다. 장애아동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장애아동들은 궁극적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하기 위한 완전통합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을 다니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그간 인위적인 통합교육에만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4년 국가인원위원회가 발표한 '통합교육현장의 장애학생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통합교육을 하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관계자 160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9.2%가 장애학생의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장애아동학부모들은 특수교육에 있어서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주길 바란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인데, 특수교육도 마찬가지”라며 “교육부 내 특수교육정책과를 국으로 승격해서라도 국가의 책무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창윤 서울시 의원 역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교육에서 소외될 순 없다”며 “정부나 교육청에서 장애학생들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13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특수학교인 서울 마포구 한국우진학교를 방문해 장애아동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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