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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섬마을 성폭행범들 공모관계 인정"…형 가중될 듯(종합)
2017-10-26 10:51:08 2017-10-26 11:14: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대법원이 2016년 봄 발생한 ‘섬마을 여선생 성폭행사건’에 대해 하급심이 무죄로 인정한 공모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판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가해자들의 양형이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50)씨와 이모(35)씨, 김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7년, 8년, 10년씩을 선고한 원심을 전부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박씨 등이 순차적으로 행한 간음미수와 간음행위를 공모에 의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박씨 등은 그동안 이를 꾸준히 부인했고, 하급심도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여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대하는 피고인 이씨 등이 자신을 따라올 때 뒤따라 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범행을 제지하려는 것이 마땅했음에도 이와 같은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씨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알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차량을 진행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 역시 박씨의 성폭행이 끝난 뒤 관사로 들어갈 당시 박씨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피해자에 대한 간음행위에 관해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와의 공모 여부와 관련해 “피고인 김씨는 사건 당시 식당에서 피해자와 합석해 함께 술을 먹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상당히 취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피고인 박씨가 피해자를 관사로 데려다 줄 것을 알 고 있었던 점, 박씨가 식당에 없자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한 것은 박씨와 피해자의 위치 등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었던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이씨는 범행을 저지른 상태에서 피해자를 관사에 혼자 남겨두고 나오면서 문을 잠그지 않은 점을 보면 박씨가 자신에게 이씨의 범행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관사로 갔다는 김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평소 친분관계에 비추어 볼 때, 박씨는 김씨에게 이씨에 이어 피해자를 간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20대 신입 여교사 A씨는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생활하던 중 2016년 5월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형 박모(50)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들렀다. A씨를 반갑게 맞아들인 박씨는 술을 못하는 A씨에게 거듭 술을 권했고, 이웃집에 사는 이모(35)씨도 불러 합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반 강제로 독한 인삼주를 10잔 가량 마셨다.
 
함께 술을 마신 박씨는 만취한 A씨를 바래다 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차에 태워 식당으로부터 2km 떨어진 학교 관사로 데려갔다. 그날은 휴일이라 A씨와 함께 살던 동료교사 4명은 모두 외박을 나간 상태였다. 박씨는 이 틈을 노려 A씨를 성폭행했다. 박씨가 떠나자 식당에서 합석했던 이씨, 인근에 사는 학부형 김모(39)씨가 시간을 두고 A씨를 성폭행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로 입건된 박씨 등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결과 등 증거가 나오자 마지못해 죄를 인정했다.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7년을, 이씨에게 징역 22년을, 김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구형했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형사합의 1부(엄상섭 부장판사)는 그해 10월 세 사람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박씨 징역 12년, 이씨 징역 13년, 김씨 징역 18년 등 구형보다 낮게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공모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은 1심에 불복해 "죄질에 비해 형이 낮아 양형이 부당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있다"며 항소했다. 박씨 등 3명도 양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지난 4월 1심을 깨고 박씨 징역 7년, 이씨 징역 8년, 김씨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의 선고형을 절반 가까이 감형한 것이다. 재판부는 1심의 판결 이유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탄원하고 있는 점, 동종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양형이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1, 2심이 중대한 사실을 오인했다며 일부 무죄 취지로 상고했다. 검찰도 공모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점, 양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점 등을 들어 상고했다.
 
전남의 한 섬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 한 혐의(강간 등 치상)로 구속된 피의자 박모(49), 이모(34), 김모(38)씨 등이 2016년 6월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용해동 목포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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