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물갈이 본격화)친박·비리연루 기관장들 줄사퇴 행렬
김학송·이승훈·홍순만 등…정용빈·백창현 등은 채용비위
2017-09-19 06:00:00 2017-09-19 09:00:20
[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통상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은 스스로 옷을 벗기 마련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취임 100일이 채 지나지 않아 기관장들이 대거 사퇴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는 이 같은 공공기관장 사퇴 움직임이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스스로 사퇴하는 기관장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비위에 연루되 사퇴 압박을 받거나 임기가 끝나가는 기관장들이 늘어나면서 물갈이가 본격화 될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정권의 공공기관장 물갈이 속도가 더딘 것은 대통령이 이에 대한 지시를 하지 않다보니 예전 기관장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장·차관 인사가 이제 거의 마무리 됐으니 본격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 낙하산' 기관장 연이어 자진사퇴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지난 7월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 가운데 사의를 표한 첫 공공기관장이다. 그는 "새 정부가 새로운 국정 철학에 맞게 도로정책을 펴갈 수 있도록 물러나려 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마찬가지로 사표를 냈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다.
 
김 사장은 자유한국당 이전인 새누리당에서 대표적인 친박계 3선 의원이다. 전 한나라당 총재 특보와 전략기획본부장, 전국위원회 의장, 국회 국방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기도 했다. 특히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유세지원단장을 맡은 바 있다. 이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안민정책포럼'을 이끌었다.
 
곧이어 홍순만 코레일 사장도 같은 달 사의를 표명했다. 홍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노조과 극심한 대립을 벌였다. 그 역시 친박의 핵심 인사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고, 인천시 경제부시장 사퇴 이후 곧바로 철도공사 사장으로 선임됐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사의를 표명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친박'이다. 이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퇴가 예견됐다.
 
산하기관이 가장 많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가장 최근에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의 사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조를 대표하는 백운규 장관이 공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국정철학'을 공유한 직후다.
  
비리 연루 기관장 '사직 권고' 수순
 
최근 들어서는 감사원과 검찰 등에 비리가 연루된 기관장들도 대거 사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가장 먼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다. 검찰은 지난 7월 채용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본사와 박기동 사장의 관사를 압수수색했다. 감사원이 4월부터 감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사장은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개입해 합격자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사장은 검찰 조사 직후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디자인진흥원, 대한석탄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4곳의 기관장도 채용 비위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지난 5일 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과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 4명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를 밝혔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11일 이들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기관장 교체'를 염두에 둔 '기획감사'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 기관장들은 대부분 사직 권고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물갈이 '분수령'…'낙하산·보은인사'  피해야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들의 지속 여부는 다음 달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특히 공공기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산하기관이 가장 많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감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과 정부 입장에서도 국감 전에 차기 주자를 지목했다가 전 정부와 똑같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감 이후 공공기관장 인사가 대거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에 거론되는 민주당 출신 의원들은 이 같은 '낙하산' 논란을 어떻게 피할지가 관건이다.

(왼쪽부터) 김학송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승훈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 사진/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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