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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 "임금교섭 어찌하오?"
조종사 불만, 총수 일가로까지 번져…2015년 임금교섭도 제자리
2017-09-13 17:38:06 2017-09-13 18:31:1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조원태 사장이 취임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대한항공 노사관계는 개선의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2015년 임금교섭도 매듭을 짓지 못했다. 조종사노조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기존 안을 고수하면서 교섭이 평생선을 달리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노사갈등과 열악한 처우로 조종사들은 친정을 떠나 저가항공사(LCC)와 외항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13일 민주노총 대한항공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2일 향후 투쟁방향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74일째 회사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데다, 이규남 위원장의 임기가 110일밖에 남지 않아 노조의 고민은 깊다. 회사 안을 수용할 것인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업에 돌입할 것인지 등을 1000여명의 조합원에게 물었다. 노사관계가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의중을 파악,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노사 양측의 입장은 3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가 한발씩 양보, 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내면서 이견을 좁히는 게 노사 교섭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2015년 임금에 대해 1.9%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2016년 임금은 3.2% 인상을 제안했다. 노조가 사측의 인상안을 수용할 경우 2014년보다 임금이 5.1% 오른다. 노조측 요구안을 사측이 수용할 경우 임금은 11% 인상된다. 노사가 서로의 간극(5.9%)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가운데 2015년 임금교섭이 제자리를 걸으면서 2016년 안은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의 파업권이 제한되는 점을 이용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08년 국민의 생명과 경제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의 파업을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됐다. 필수유지업무제도에 포함된 사업장의 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의 명단을 사측에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 조종사 중 73~80%는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이후 파업의 영향력은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노조는 7일 동안 파업에 돌입, 189명(8%)의 조종사가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기간 동안 국내선 15%, 국제선 1%가 감편됐다. 대한항공은 국내선을 감편해 수익성이 최대 4.1%가량 늘었다고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5월 분석했다. 반면 필수유지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005년 노조는 4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는데, 1569편이 결항됐고 회사는 206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크게 제한되는 점을 이용, 회사가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라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동안 조종사들의 이직도 줄을 잇고 있다. 노조는 2015년과 지난해 300여명의 조종사가 LCC와 외항사로 이직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조종사들의 이직이 이어지고 있다. 조종사의 이직이 늘어나는 이유로 노조는 나쁜 기업 이미지와 열악한 처우를 꼽고 있다.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으로 총수 일가의 전횡이 드러나는 등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그런 상황에서 외황사와 비교해 열악한 처우는 이직을 결심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됐다. 노조에 따르면 12년차 부기장의 올해 시간당 비행수당은 5만9600원(52.8달러)이다. 올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시간당 비행수당 269.98달러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APC·Airline Pilot Central 기준) 중국, 카타르, 일부 동남아국가와 비교해도 임금이 낮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조종사의 퇴사가 급증하면서 외국인 조종사의 비중이 늘었는데, 외국인 조종사의 임금이 내국인보다 높은 점도 이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규남 노조위원장은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계열사의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상황에 대해 속시원하게 터놓고 얘기를 하지 않고 회사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보 없는 사측 태도에 조종사들의 불만은 처우를 넘어 조양호 회장 일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조종사 커뮤니티도 불만으로 들끓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는 고용안정을 위해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국 항공사는 기본급의 비중이 작고 비행수당이 급여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며 "단순히 비행수당으로 한국과 미국 조종사의 임금격차를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수의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노조간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일반노조와 타결한 임금인상률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며 "대화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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