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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부메랑?…대한항공 승무원 수난사
기내 불법행위 항공사 '1위'…"인사고과 우려에 소극적 대응" 주장도
2017-09-12 15:47:40 2017-09-12 15:47:4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최근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이 승무원에게 와인을 끼얹고 욕설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승무원 안전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승객이 폭언 또는 폭행을 하는 일이 끊이질 않지만 승무원은 인사고과 등을 우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땅콩회항'의 부메랑이라는 지적도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중국 광저우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A씨는 승무원 B씨의 몸에 와인을 끼얹고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뒷좌석의 승객과 말다툼을 벌이다, 제지하는 승무원에게 분풀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 승무원의 수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 한 대기업 임원이 라면이 덜 익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은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이듬해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대한항공 당시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직전이던 비행기를 되돌리는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C씨를 제지하다 승무원 수 명이 폭행을 당했다. C씨는 승무원의 얼굴 등을 때리고 침을 뱉기도 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딸의 갑질이 회자되면서 권위를 얻지 못했다.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항공사 기내에서 1969건의 폭력 및 난동 등 불법행위가 발생했으며,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1252건으로 압도적이었다. 같은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286건)을 크게 상회한다. 저가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가 131건으로 가장 많았다. 
 
항공사는 승객의 난동시 1단계 경고, 2단계 제압, 3단계 경찰 인계 등의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운용한다. 그런데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을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돼 고객의 악성행위에 대해 초기부터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 승무원은 고객을 불편하게 했을 때 비행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항공사는 과도하게 감정노동을 강요하며 승무원의 안전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평가제도 항목 중 불만실적과 칭찬실적은 각각 10점과 5점이다. 승무원은 상시적으로 고객의 불만에 신경 써 컴플레인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승무원이 승객에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스트레스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도록 휴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경우 인력 운용을 위해 병가일수(5점)와 건수(5점)를 승무원의 평가에 반영한다. 정신적 피로에도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승무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피해를 입을시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난동행위는 승객의 안전문제와 직결돼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고객 불만은 정당성을 따져 일정부분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지난해 12월기내 난동승객 제압술 훈련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 평가제도 사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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