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호황 어디까지)‘반도체 굴기’로 한국 위협하는 중국
정부 지원에 앞다퉈 설비투자…목표는 '한국 타도'
2017-09-13 06:00:00 2017-09-13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거세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내걸고, 10년간 1조위안(약 16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앞다퉈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목표는 '타도 한국'이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메모리 양산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68억5700만달러(약 7조7600억원)를 들일 전망이다. 내년 설비 투자액은 올해보다 68% 급증한 115억2500만달러(약 13조520억원)로 예상된다.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올 초 중국 우한과 청도, 난징 등의 공장에 반도체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총 700억달러(약 7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인 창장메모리(YMTC)는 지난달 고객사에 32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샘플을 제공해 테스트 중이며, 내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64단 제품도 내년 말 시험생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푸젠진화반도체는 지난해 7월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UMC와 D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규모는 56억달러(약 6조3000억원)로, 내년 9월부터 12인치 웨이퍼(실리콘기판)를 월 6만장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5년 내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허페이창신도 올해 73억달러(약 8조2700억원)를 투자해 D램 반도체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는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10%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집적회로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면서 총 1200억위안(약 21조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 이듬해 6월에는 자국 반도체 업체들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총 1조위안(약 173조원)을 투자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10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이 약 11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자본 공세가 만만치 않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업계는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5~7년 정도로 본다. 낸드플래시의 경우에는 공장을 완공하더라도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만 1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곧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관측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는 반도체산업 리더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미 중국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3위 수준으로,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다. 특히 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회사 수는 중국이 우리보다 10배나 많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736개에 불과하던 중국 팹리스 업체는 지난해 1362개로 급증했다. 중국은 팹리스 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5위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은 호시탐탐 기존 업체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앞선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력을 한 번에 흡수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NXP RF파워사업부, 옴니비전, NXP 표준제품사업부 등 굵직한 인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 한국 및 일본의 반도체 개발 실무 인력을 영입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내수시장의 특성도 한국으로서는 불안 요인이다. 품질이 떨어져도 자국산을 쓰도록 정부가 자국 업체들에 강요할 수 있다.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동시에 내수 시장을 장악하려 들 것”이라면서 “이 경우 한국은 전체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인 대(代)중국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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