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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겼던 ‘덕수궁 돌담길’ 60년만에 시민 품으로
영국대사관 점유로 통행 제한 100m 구간 개방
2017-08-30 16:53:07 2017-08-30 16:53:0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철문으로 가로막혀 불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던 덕수궁 돌담길이 6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한 이후 통행이 제한됐던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영국대사관 후문~대사관 직원 숙소 앞)을 새로 정비해 30일부터 보행길로 개방한다.
 
이 길은 폭이 좁은 소로로,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과거 덕수궁에서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철로 된 대문이 설치되고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단절의 공간으로 남았었다.
 
시는 단절된 공간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2014년 10월 덕수궁 돌담길 회복 프로젝트를 영국대사관에 제안했다. 그 해 11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대사관을 직접 찾아 스콧 와이트먼(Scott Wightman) 전 주한영국대사와 단절된 돌담길을 둘러보며 개방의 필요성과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2015년 5월에는 영국대사관과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개방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개방 합의과정에서 양 측은 대사관 직원과 방문객의 안전, 보안 문제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보안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다.
 
정식 개방에 앞서 시는 영국대사관, 문화재청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보행길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긴 시간 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보행로를 정비하고 덕수궁과 영국대사관의 담장도 보수했다. 시민들이 야간에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로등도 새롭게 설치했다.
 
문화재청은 덕수궁에서 이 길로 바로 연결되는 덕수궁 후문 1곳을 신설했으며, 영국대사관 역시 후문을 옮기고 경계담장을 새로 설치 완료했다. 이번에 개방하는 돌담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통하는 서소문 돌담길과는 달리,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다. 담장 기와지붕은 보는 사람의 시선 아래 펼쳐져 있어 도심 속에서 고궁의 정온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덕수궁 담장과 마주보고 있는 붉은 적조담장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영국식 붉은 벽돌건물은 전통과 이국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 연출되고, 야간에는 덕수궁 담장이 은은하게 밝혀져 고궁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방하는 구간은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 총 170m 가운데 시 소유 100m 구간으로, 나머지 70m 구간(영국대사관 정문~대사관직원 숙소 앞)은 영국대사관 소유로 1883년 4월 영국이 매입했다. 시는 이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지속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재청에서 복원 추진 중인 ‘고종의 길’(덕수궁길~정동공원)이 연내 개방되면 덕수궁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한 번에 보행길로 이어져 정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찰스 헤이(Charles Hay) 주한영국대사 등이 새단장한 돌담길을 함께 걷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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