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성은 기자] 기아자동차가 이달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노사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을 먼저 겪었던 국가도 이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렸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지난 5년간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토요타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경쟁력을 우선하고 '토요타'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한 결과다. '고용 안정만 보장된다면 어떤 것도 희생할 각오가 있다'는 신념 아래 55년째 파업을 벌이지 않고 있다.
반면 상여금과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결국 경쟁력 악화를 초래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수십 년간 자동차 종구국인 영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재규어랜드로버는 고임금과 경쟁력 저하를 이기지 못하고 인도 타타자동차에 인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을 대표했던 자동차 기업이었다.
프랑스도 토요타, 아우디폭스바겐그룹 등에 이어 한때 글로벌 3위까지 넘보던 르노사가 임금인상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4위까지 밀려났다.
아울러 위기를 극복한 해외사례 중 르노삼성자동차의 스페인 공장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프랑스 르노는 강성노조로 인해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있는 생산기지의 폐쇄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고임금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공장 노조는 2009년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고 초과 근무수당을 양보하는 노사정 대타협을 일궈냈다.
그 결과 르노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처(한국명 QM3)와 트위지, 메간 등을 이 곳에 배정하면서 물량이 늘어나게 됐다. 2012년까지 1교대를 겨우 유지했던 공장은 다시 2교대로 바뀌었다. 2012년 28만6000대까지 줄었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두 배 가까운 57만8000대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캡처 생산성이 르노 글로벌 수십개 공장 중 3위권 내에 드는 곳으로 손꼽히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임금 상승률이 높아서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통상임금은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타협을 일궈내지 못한다면 영국과 같은 위기를 겪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일본 토요타와 르노삼성 스페인 노조 등 성공적으로 노사가 협력한 사례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QM3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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