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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눈치보는 윤종규 KB 회장, 노조에 백기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이메일 사과문 발송
'문제사업장' 되기 전에 서둘러 진화·CEO 연임가도에도 부담
2017-08-23 08:00:00 2017-08-23 18:27:4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부당노동행위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노동조합에 백기를 들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노조선거 개입과 위로금 지급 등에 대한 노조의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법정싸움도 불사했던 과거와 달리 은행장이 전격적으로 사과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취임 100일을 갓지난 문재인 대통령이 다각도의 적폐청산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윤종규 회장이 정부에서 민감하게 보고 있는 노사분쟁으로 정부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찍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윤종규 KB 회장은 전 임직원에게 최근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담은 메일을 발송했다. 윤 회장은 메일에서 "노조위원장 선거 과정에서의 파행은 조직을 책임지는 수장인 은행장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지난달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위원장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박홍배 현 노조위원장은 법정 소송까지 거쳐 지난 3월 말 당선됐다. 이미 작년 말 당선됐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불법선거라고 결론을 내 당선이 취소됐다가, 법원 가처분신청을 거쳐 후보 자격을 되찾아 재당선된 것이다.
 
노조는 2명의 임원이 이 과정을 주도했다며 음성 파일 등의 증거를 공개했다. 이후 사측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추가 증거를 제시하며 대응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해당 임원의 징계와 윤 회장의 지시 여부를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의 대직원 사과와 함께 노조 측 요구에 따라 KB금융의 HR 책임자인 이모 부행장(KB데이터시스템 대표)과 김모 전 본부장(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은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회사 측은 해당 임원들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사실상 '해임'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오는 11월 연임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여왔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임원 둘을 내보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이달 중으로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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