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연 "외환리스크 체질 변화…유동성 부족보다 변동성 증대 대비해야"
"가계부채·북한 리스크 등 대내충격 따른 자금이탈 가능성 유의"
입력 : 2017-08-13 15:17:59 수정 : 2017-08-13 15:17:59
[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국내외 경제위기 징후가 고조될 때마다 반복되는 '급격한 해외자본 유출 우려'라는 트라우마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3일 발표한 '외환리스크 변화에 따른 외환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튼튼한 외환방어막의 중요성을 절감한 데다 경제구조가 많이 바뀌면서 외환부문의 취약성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저축률·투자율 및 경상수지 흑자 추이, 순대외채권·금융자산국 전환, 외화차입금 현황 등을 근거로 외환부문의 건전성을 측정했다.
 
외환위기 전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에 못 미치던 우리나라는 해외차입을 통한 투자와 경제성장에 의존했지만, 외환위기 후 저축률이 투자율을 웃도는 구조로 전환됐다. 2012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정착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에는 순대외채권국, 2014년에는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됐다. 이는 해외로부터 빌린 돈 보다 받을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유사시 외화부족현상을 완화시킬 수단도 있다. 2017년 1분기 현재 민간이 보유한 대외자산(9292억달러)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증권투자(3361억달러), 기타투자(2460억달러) 등은 유동화가 쉬워 유사시 외화유동성 공급 통로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외화차입 만기구조 역시 개선됐다. 2008년 9월 2863억달러 수준이던 외화채권 및 외화차입 규모는 2017년 1분기 2471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이 중 만기 1년 미만 단기 차입은 2008년 9월 1499억달러에서 2017년 1분기 629억달러로 60% 가까이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장기 외화차입 비중은 19.8%에서 51.1%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단기 외화차입 규모와 비중이 크게 줄면서 외화유동성 부족과 외화부도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잠재적인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1분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보유액은 5465억달러로 글로벌 위기 전 최대 규모였던 2007년 9월 3648억달러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났다. 외국인의 잦은 외화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것이다. 이는 국내외환시장의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유출입이 빈번해지면서 환율도 이에 영향을 받아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여타 신흥국에 비해 대외충격에 특히 민감한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외화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CDS) 수준은 신흥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그리스 총선 연정구성 실패, 2015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 2016년 중국발 글로벌 경제불안 등 국면에서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의 변동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처럼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순대외채권과 순대외금융자산을 지닌 나라가 외환위기를 경험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고 재차 밝히며 "아직 일반의 인식이나 외환정책 기조가 과거 외환위기의 위험성이 큰 시기에 형성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경제주체들의 인식, 외환관련 정책, 대응 과제 등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내 연기금,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수요기반을 확충해 외국인에 의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과 외환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쌍방향적 시장개입을 중요한 정책사항으로 제시했다. 또 어느 정도 안전망이 갖춰진 대외충격 외에 국내 가계부채 문제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 내부충격에 의한 외국인 자금이탈, 내국인 자본도피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충격에 따른 주가, 환율, 부도위험 반응. 자료/LG경제연구원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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