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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성과 내려면 ‘선진화법’ 개정 시급
일부 독소조항 탓에 식물국회 양산… 여 “9월부터 개정 논의”
2017-07-20 17:43:08 2017-07-20 17:43:08
[뉴스토마토 김의중기자] 국회가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번번이 파행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선진화법의 여러 요소들이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특히 문 대통령이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465건의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재벌개혁 모두 법안 처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현행법 체제에선 향후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수월한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 개정을 대차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관계자는 20일 “늦어도 9월부터는 국회법 개정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자유한국당도 여당 시절 국회법의 폐해를 역설해 온 만큼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개정의 핵심 방향 중 하나는 법안 직권상정의 요건 완화다. 2012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국회의장이 거의 모든 안건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행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이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실상 직권상정 자체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국회법이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
 
국회법 어디에도 의결정족수를 늘린 조항은 없다. 국회법 개정 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 법안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과반 찬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단지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만큼, 여야 간 합의가 없으면 법안을 처리하기 어려워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심사 지연 법안에 대한 본회의 자동부의 절차를 마련한 조항인 국회법 86조 3, 4항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본회의 부의 여부를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신속처리 안건은 상임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작동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시간도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60일)까지 걸릴 수 있어 제도 이름을 무색케 한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이 아닌, 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뒤바뀐 점을 감안하면 순타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국회법 제85조 ‘심사기간’ 지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교섭단체가 합의한 안건은 심사기간이 경과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다른 법안에 우선해 표결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두 당의 힘으로 모든 법안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야당으로 내려앉은 한국당이 순순히 동의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 지정할 수 있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과반수로 줄이는 게 골자다. 신속처리대상안건의 국회 상임위 심사 기간을 180일 이내에서 60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90일에서 15일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했다.
국회 선진화법은 애초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행 이후 오히려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적폐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법이 개정되기 전인 2010년 12월 8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단독처리를 시도하는 가운데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의장석을 놓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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