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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횡령' 이석채 전 KT 회장 파기환송심서 혐의 부인
"비자금 조성사실 인정하나 회사 위해 썼다"
2017-07-20 12:53:19 2017-07-20 12:53:19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131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돼 4번째 재판을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비자금 조성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사를 위해 썼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함상훈) 심리로 20일 열린 자신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해 "KT는 정부 기관이었다가 민영화된 회사로, 전 국민이 고객이라 끊임없이 경조사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에도 현금으로 쓴 돈이 많고, 각 부서장에게 할애하는 현금성 경비를 장관실에서 모아서 썼다"며 "KT에서도 회장으로 직접 경조사를 챙겼지, 경조사비로 사용되는 돈의 조성에 대해선 신경 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비자금은 이 전 회장의 사건뿐 아니라 관행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그것은 현실이고 법원에 왔으면 법률에 의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조사비와 관련한 회계처리 등에 관해 KT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재판에 부를 생각이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KT 경영지원실에 경조사와 관련한 업무 내부 판단 기준 등에 관해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유의미한 회신 결과가 나올 경우 담당자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 측은 임원진과 담당진이 많이 바뀌고 당시 자료도 없어져 사실조회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대법원에서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것으로 보여, 신속히 변론을 종결해 취지대로 판결해달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횡령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조성된 비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자금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썼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도 무죄로 봤다.
 
전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회사의 미등기 임원들에게 대외활동비 명목의 역할급 27억원을 지급했다가 세금을 제한 11억6000만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적으로 쓴 혐의(횡령)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2011년부터 2년 동안 지인이나 친척이 운영하는 3개 회사의 주식을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2015년 9월 1심은 무죄를 선고하며 "비자금 조성은 인정되나 이 중 11억7000만원을 이 전 회장이 인적으로 썼다고 볼 수 없고, 이 전 회장 친척 회사 등에 대한 투자도 검찰이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보는 벤처투자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인해 정권이 바뀌자 먼지떨이식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2심은 이 전 회장의 혐의 중 비자금 조성(횡령) 부분에 대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인자금을 함부로 사용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년 뒤 대법원은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회사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1심 판단이 맞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음 재판은 9월 12일 오후 5시 열린다.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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