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우리시대 위인의 탄생은 불가능한가
입력 : 2017-07-18 06:00:00 수정 : 2017-07-18 06:00:00
새 대통령이 탄생한지 두 달이 넘은 지금, 가까스로 정부 조각이 마무리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엉망진창으로 만든 나라가 조금씩 나라답게 되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불협화음과 갈등은 여전하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진 각종비리를 축소하려는 여당과 확대해석하려는 야당 간 실랑이는 결국 갈등국면을 수없이 연출했다. 갈등의 정점에 있었던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도 지난 주 겨우 임명되었다. 국민과 여야가 만장일치로 박수를 보내며 흐뭇해하는 통합의 장면은 아직까지 연출되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자유한국당은 대표를 바꾸고 혁신을 꿈꾼다지만, 새로 임명된 혁신위원장의 발언은 희망이 없는 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거짓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를 대변하듯 국민의당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제보조작 사건’이 드러나 몇 주 연속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머리 자르기”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로 또 한 번 소란을 피웠다. 연인원 1500만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로 새 정부가 탄생했지만 우리 사회는 반목과 질시를 넘어 통합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먼 듯하다. 한국 정치는 언제쯤 온 국민을 감동과 환희에 찬 통합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정치는 갈등을 야기하는 요물이니 그런 것은 꿈도 꾸지 말라는 사람도 있겠으나 프랑스 정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정치가 주는 국민적 감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부르타뉴 지방의 여고생 마농이 세계화로 무너져가는 농촌을 살리고자 농부인 아버지의 고뇌를 대신해 스테판 르 폴 농수산부 장관과 편지를 주고받아 프랑스를 감동시켰다. 그리고 전 국회의장이자 헌법재판소장인 장-루이 드브레는 샹젤리제 인근 한 거리에서 노숙자인 장-마리 루골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 노숙자를 작가로 만들기까지 하는 휴먼드라마를 연출해 연말을 훈훈하게 했다.
 
올해는 지난 달 말 세상을 떠난 여성 정치인 시몬 베이유가 프랑스를 통합으로 이끄는 멋진 선물을 선사했다. 프랑스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베이유 여사의 장례식을 치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의 염원을 받들어 베이유 여사를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팡테옹으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이 결정은 전적으로 프랑스 국민과 정치권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프랑스는 위인으로 추앙받는 역사적 인물을 팡테옹에 모신다. 팡테옹은 파리 5구 라틴가에 있는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유적지다. 그리스어 ‘판테이온’에서 유래한 팡테옹은 ‘모든 신’을 의미한다. 1790년 건축될 당시 성당이었으나 지금은 위인들의 국립묘지로 바뀌었다. 여기에는 볼테르와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사디 카르노, 에밀 졸라, 장 조레스, 장 물랭, 장 모네, 피에르 퀴리, 마리 퀴리, 앙드레 말로, 알렉상드르 뒤마 등 프랑스를 빛낸 철학자, 대문호, 물리학자, 정치인, 레지스탕스 운동가 등 81명이 잠들어 있다.
 
그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폴로늄과 라듐을 발명한 마리 퀴리(Marie Curie)와 나치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운동가였고 인권과 가난에 대항했던 즈느비에브 드 골-안토니오즈(Genevieve de Gaulle-Anthonioz), 그리고 레지스탕스 운동가였고 인류학과 사회학의 연계성을 밝힌 민족학자 제르멘 티옹(Germaine Tillon)이다. 머지않아 베이유 여사가 이곳에 안치되면 여성은 4명이 된다.
 
프랑스 정치권과 국민은 베이유 여사의 ‘세 가지 전투’를 높이 평가해 위인으로 받들어 모시기로 했다. 그녀는 16세 때 아우슈비츠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생환한 후 반유대주의와 싸웠다. 이후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와 유럽 통합을 위해 전력투구했다. 그녀의 이 전투들은 결실을 봤고, 프랑스 국민과 여야 정치권은 이에 만장일치로 경의를 표하는 통합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프랑스는 지금 한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는 침체됐고 실업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민자 문제는 갈수록 큰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사회보장기금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노사갈등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처럼 극과 극으로 치닫기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이용해 해결하려 애쓴다. 반면에 우리 정치는 여전히 갈등과 대치 국면에 서 있다. 정치인들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보다 정당과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국가를 위해 혼신을 다함으로써 국민적 추앙을 받는 위인이 지금도 탄생하는 프랑스를 보며 우리는 왜 그렇지 못한지 자성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순신 장군만 팔며 살 것인가. 우리 시대에도 영웅 한 명쯤 나와 한국을 통합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새 역사를 써야하지 않겠는가.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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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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