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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흔들기' 주범은 개혁에 떨고 있는 '적폐세력'?
"우병우 라인·인사 대상자·방산 관여자 등 청산대상 0순위 인사들이 중심"
2017-06-27 06:00:00 2017-06-27 06:00:00
[뉴스토마토 김의중기자] 사정당국 관계자가 군 내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등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움직임을 포착됐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군에서는 개혁성향의 송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방산비리, 인사문제 등 적폐청산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 후보자는 해군 지휘관 시절에도 파격인사를 단행하는 등 개혁 성향을 보였다. 송 후보자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혹과 비난여론의 단초가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군 최대 파워그룹으로 요직을 독점해 온 육군과 해군 내 주류세력, 인사를 앞둔 장성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있다.
 
송 후보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축은 육군 수뇌부다.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이 국방부 장관 자리를 두고 해군출신에 밀리면서 불만이 커진 게 송 후보자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다. 해군 출신 장관은 윤광웅 전 장관 이후 13년 만이다.
 
다음으로 개혁의 대상이 군 전력의 8할을 차지하는 육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송 후보자의 성향상 개혁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이 송 후보자를 낙점한 것도 개혁성과 추진력,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실제 송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내면서 ‘국방개혁 2020’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계획 등을 직접 실무 입안한 경험이 있다.
 
청와대는 송 후보자 내정을 발표하면서 “전문성과 업무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군 조직과 새 정부의 국방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강한 국방, 육해공 3군 균형 발전,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육군 내에서도 우병우 라인 등 박근혜·이명박 정부 수혜자들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라인 중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사건 무마를 위해 행해진 ‘방산비리 척결’을 수사했던 그룹과 기무사령부 등에 우병우 라인이 여전히 포진해 있다. 이들은 모두 송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인사개혁 대상 0순위가 될 인물들이다.
 
정치권에선 일부 방산업체들이 육군과 결탁해 송 후보자의 낙마를 위한 음해 자료를 퍼뜨리고 다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해군과 공군이 주로 외국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것과 달리 육군의 주력 무기들은 국내 생산품이 많다. 송 후보자가 장관이 되고 육군의 입지가 줄어들면 지상무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방산업체들은 매출 축소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몇몇 방산업체가 총대를 메고 송 후보자의 장관 취임을 막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군 주류세력 역시 송 후보자를 반대하는 거대 축이다. 해군은 이른바 '마·창·진'(마산·창원·진해) 출신이 ‘성골’이다. 해군에서 진급하려면 출신 고교 등 어떤 식으로든 마·창·진에 연고가 있어야 한다는 게 진리다. 한 해군 출신 장교는 “마산, 창원, 진해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면 부인이라도 이 학교를 나와야 진급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충청 출신인 송 후보자는 해군 내 비주류이자 특별한 케이스임에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향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주류들이 송 후보자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송 후보자는 해군 시절 항해병과 출신만 함장을 해왔던 관행을 깨고 기관병과 출신을 함장으로 발령하는 등 개혁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육해공군을 떠나 송 후보자와 대척점에 있거나 지난 정부에서 진급한 그룹도 송 후보자 반대전선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수명의 군단장과 십여명의 사단장 등 10명이 넘는 장성들이 지난 4월 임기를 마치고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는 보직이동이나 진급 대상자가 있는 반면, 일부는 예편할 처지에 놓였다. 인사 대상 한 축에선 송 후보자의 조속한 취임을, 다른 한편에선 낙마를 기대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일부 장성들의 이미 임기가 3개월 가까이 지났다”면서 “만약 송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한민구 장관이 인사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고, 또 이것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송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방산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재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당시 방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송 후보자에 대한 비판여론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 적폐를 저질렀던 사람들이 송 후보자 장관 임명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방산비리 재조사에 들어가면 옷 벗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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