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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조직적 증언거부 전략 먹힐까
조서 신빙성 깨뜨려 증거 불충분 노리는 듯
'반대신문권 포기' 측면 있어 독으로 작용할 수도
2017-06-22 03:00:00 2017-06-22 03:00:0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들 모두가 법정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닌 곳에서 상반된 진술이 나오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대신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사장은 검찰과 특검에서 작성한 진술조서의 ‘진정 성립’ 절차부터 증언을 거부했다. ‘진정 성립’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으면서 진술한 내용이 조사에 사실대로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서명 날인했는지 묻는 절차다. 부동의 된 조서는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 직접 서명한 사실을 확인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진정 성립’에 대한 증언을 거부하면,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검찰은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법조계는 기업의 조직적 증언 거부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이유를 그룹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오영중 변호사는 “‘진정 성립’은 증언 거부 대상이 아닌데도 박 전 사장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이재용 재판에 화력을 집중해 뇌물죄를 무죄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의 신빙성을 깨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영희 전 대한변협 수석 대변인도 “입증 책임이 검찰에게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은 증거 불충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 측의 증언거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경우 이 부회장이 반대신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므로 이 같은 전략이 삼성 측에 반드시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 변호사는 “진술조서를 증거로 부동의 한 것을 보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상의 규정을 들어 증거로 채택할 경우 진술 거부는 조서 내용을 탄핵할 반대신문권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또 지난 20일 재판에서 삼성 측이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라우싱’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물증으로 진술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재판부의 해당 수사기관 조서 증거 채택 여부에 따라 특검과 변호인단의 대응전략이 갈릴 전망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증인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기타사유’에 해당해 해당 증인의 진술이 기재된 수사기관의 조서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만약 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로 쓸 수 없게 될 경우 특검으로서는 다른 증거방법을 검토해 보완해야한다. 증언을 거부한 증인에 대한 제재 방법은 형사소송법 161조에 따라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는 방안이 있으나 실효성 여부에는 의문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3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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