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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입니다’…다큐영화 펀딩 성공 선례됐다"
26분만에 2억 완료…펀딩, 제조·문화위주에서 대체투자·F&B로 확산
신승호 와디즈 마케팅 이사 "크라우드펀딩 정책적 홍보와 지원 뒤따라야"
2017-06-13 08:00:00 2017-06-13 08: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누적 관객 156만명을 넘기며 다큐멘터리 장르로서는 크게 흥행몰이 중이다. 2014년 기획부터 개봉관 확보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진 계기는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서였다. 와디즈가 펀딩 모집을 시작한 후 역대 최단 시간인 26분 만에 목표액 2억원을 모았고, 목표 금액의 245%인 총 4억8900만원을 모은 것이다. 13일 판교디지털센터에서 만난 신승호 와디즈 마케팅 이사(사진)는 이 영화의 이창재 감독이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중앙대학교에서 영화 가편본을 본 후 본격적으로 펀딩 준비를 하게 됐던 때를 떠올렸다. 와디즈 마케팅실에서는 펀딩의 주요 프로젝트가 오픈되기까지 참여자를 최대한 유인하기 위해 사전예약 마케팅부터 오픈 후 참여유도 마케팅에 주력한다. 와디즈는 현재까지 약 2000건 250억원 규모의 펀딩을 성공,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판교디지털센터에서 만난 신승호 와디즈 마케팅 이사. 사진/김이향 기자
 
최근 영화 <노무현입니다>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기획과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했나.
 
회사 임원진들과 중앙대학교 캠퍼스에 영화 가편본을 보러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작년 '최순실 사태' 때부터 영화 제작진들이 <노무현입니다> 개봉을 비밀리에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개봉관과 자금 확보를 논의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와디즈와 손 잡으면서 펀딩 개시 후 26분 만에 목표금액 2억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총 507명의 투자자가 모였는데, 모집액을 크게 웃돌며 총 4억8900만원을 모집했다. 1인당 평균 100만원을 펀딩한 걸로 집계됐다. 영화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국내 최초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인 <판도라>의 성공이 업계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재심> <노무현입니다>까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의 영화들이 펀딩과 함께하면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지향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투자수익률과 상관없이 팬들의 지지로 투자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 부문에 대한 크라우드펀딩 관심도가 높은데, 크라우드펀딩을 통할 때 강점이 뭔가.
 
영화는 일반 대중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카테고리이면서 본인의 경험이나 제작 정보, 출연진 등을 바탕으로 흥행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팬심을 표현하는 형태로 투자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좋아하는 분야를 지지할 수 있다는 긍적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는 영화뿐 아니라 전시회나 뮤지컬 등 공연으로도 펀딩이 확산되고 있는데, 뮤지컬 <캣츠>는 목표액 5억3030만원을 519명에게 모집해 106% 달성이라는 성공을 거뒀고 미스터리 스릴러 뮤지컬 <미드나잇>도 2780만원을 59명으로부터 모집해 93% 달성률을 보였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682만원을 82명에게 모집, 682% 달성률로 성공했다. 최근에는 '마이다스 쇼킹 페스티벌 in SEOUL'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집했고, '보그 사진전'에 대한 사전 예약자 모집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와디즈에서 진행한 대표적인 펀딩 사례는.
 
펀딩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상받는 '리워드형'과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얻는 '투자형'으로 나뉜다. 리워드형으로 총 1634건을 진행했고, 이 중 1201건이 펀딩에 성공(성공률 73.5%)했다. 투자형으로는 136건이 참여해 73건을 성공(성공률 53.6%)시켰다. 리워드형으로 진행한 대표적인 펀딩이 <랩노쉬> <클레어B> 등이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가 미래형 식사 대용 간편 식품인 랩노쉬로 펀딩을 모집했는데, 오픈 29시간 만에 목표액 1000만원을 달성했고 펀딩 33일차에는 1억원을 넘겼다. 와디즈에서 1억원을 넘긴 최초의 프로젝트였다. 증권형 펀딩으로는 <안진> <모헤닉게라지스> <판도라> 등을 꼽을 수 있다. 모헤닉게라지스는 국내 최초의 수제 자동차 회사인데, 작년 총 3차례 펀딩으로 총 7억원을 유치했고 '스타트업 주식 거래망(KSM:KRX Startup Market)'에도 상장했다.
 
1분기 기준, 업종별 실적이 문화, 제조업, IT 분야에 쏠리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질걸로 보나.
 
최근에는 대체에너지, 식음료(F&B) 부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눈에 띈다.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중요도를 높이려는 정책 기대감이 반영될 걸로 본다. 실제로 대체에너지 업권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풍력발전 사업자 고로풍력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데, 15일부터 4억원을 1차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해 전기배나 전기차 섀어링, 화력발전까지 대체에너지로의 관심은 다양하다. 또 한 가지는 F&B 부문인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각광받으면서 맥주 등 F&B 쪽에서도 의뢰가 많은 추세다. 
 
정책적으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드라이브는 강한 편이다. 업계 반응과 바람은.
 
작년 11월 모험자본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한국거래소에 KSM이 개설됐다. 4월부터는 KSM 거래에 한해 크라우드펀딩 성공기업 주식에 예외적으로 1년 전매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지원이 잇따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KSM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정책적 의지가 충분하다면 홍보와 지원이 뒤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업계에서 1년 넘게 지적하고 있는 건 광고 규제 건이다. 크라우드펀딩 때 광고가 금지돼 있어 투자자를 모으는데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규제 아닌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걸로 아는데, 업계에서는 광고규제 부분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한도 규모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업권에 대한 역차별도 존재한다. 크라우드펀딩 참여자의 대부분은 개인인데, 크라우드펀딩으로 벤처기업에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고, 이 마저도 같은 기업에는 2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P2P 투자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한 P2P 업체당 연간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P2P 역시 투자한도가 신설된 탓에 이에 대한 관련 업계의 불만도 큰 상황인데, 여기에 비해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투자 한도 규제는 강한 편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 전망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2년도 안된 급 초기 비즈니스다. 어떻게 성장해야할까. 저금리시대에 전통적 주식, 채권 방식이 아니라 다양화된 대체투자가 뜰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성장할 것으로 본다. 그간 일반인은 대체투자나 사모펀드에 투자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은 소비와 투자를 일치시키는 요즘의 트렌드에 잘 어울리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펀딩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앞으로 더 활성화될 거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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