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우리나라 세제 방향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증세'를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당장은 일자리 창출과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등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 재원 마련을 위한 대기업·고소득자 중심의 증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중복지' 국가로의 전환에 있다는 점에서 '중복지'에 대한 논의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재정개혁과 복지개혁을 통해 공약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며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해 '재정·복지개혁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단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조세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제도를 공평하게 고쳐야 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여가는 방향이 맞다. 대기업, 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을 높이고 비과세 감면을 줄일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필요하다.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늘리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부장관 후보자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본이득, 금융소득을 포함한 고소득, 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강화와 대기업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세율 인상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증세 여력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 수준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OECD 사회지출(OECD Social Expenditure)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비중은 각각 18.0%, 9.7% 수준이다. 같은 해 OECD 국가 평균이 각각 25.1%, 21.1%였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저부담 저복지 사회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다만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복지정책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글로벌 사회복지지출의 특징과 시사점' 자료에서 "2014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은 1990년에 비해 7.0%포인트 상승한 9.7%로 OECD 평균 증가속도인 4.1%포인트를 상회한다. 같은 기간 국민부담률 증가속도도 5.7%포인트 증가하며 OECD 평균인 2.2%포인트를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에 국민연금, 의료보험료 등 사회보장부담률을 합친 개념으로, 이 역시 OECD 평균 수준에는 못 미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8월 현행 세입구조와 세출 관련 법률이 2060년까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2016~2060년 장기 재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51.8%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지출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총지출 증가율(4.4%)이 잠재성장률 둔화에 따른 총수입 증가율(3.3%)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현재 재정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고용 증가 등을 통해 경제성장에 따른 세입 기반이 확대되더라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세입 확충이나 세출 절감 등 정책적 노력과 우리 재정상황에 맞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당시 예정처는 이 같은 추정 결과와 함께 ▲경제성장률 제고 ▲세입 확충 ▲지출 절감 ▲재정준칙 적용 등의 정책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내놨는데, 조세부담률을 2060년까지 22.6%로 인상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96.8%로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예정처가 발간한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목별 총조세 대비 비중(2014년 기준)은 개인소득세가 16%, 법인소득세가 13%, 사회보험료 27%, 재산세 11%, 소비세 28%, 기타 5% 등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각각 24%, 9%, 26%, 6%, 31%, 4%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개인소득세·소비세 비중이 높고, 법인소득세, 재산세 비중이 낮은 구조로 조사됐다.
한국과 OECD의 조세구조 비교(총 조세 대비 비중). 자료/국회예산정책처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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