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국민의 편에 서서 정직과 성실로 전념한다.” 경찰관 선서문에 있는 내용이다. 국민의 편에 선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언제 경찰이 국민의 편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란 말이 들어 있는 검사선서에 비해서는 소박하기까지 한 인상이다. 그런데 검찰은 선서를 하면서 말로라도 ‘정의와 인권’을 앞세우지만, 경찰은 ‘정의와 인권’을 맹세하지 않는다.
그런 경찰이 ‘인권경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난다는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채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경찰의 변화는 눈에 띈다. 청와대 앞을 가보면 경찰이 원래 저랬나 싶을 정도로 친절해졌다. 이제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력과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제 집회시위 현장에는 교통경찰이 나와서 안내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무언가 석연치 않다. 2005년 10월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인권경찰을 선언했고, 인권침해로 악명 높았던 남영동 대공분실에 경찰청 인권센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인권경찰을 선언한지 채 한 달 밖에 지나지 않는 11월 15일, 여의도 농민시위를 강경진압하다가 농민 2명이 사망케 했던 일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였고, 허 경찰청장은 옷을 벗어야 했다. 인권경찰을 선언한 일은 2012년에도 있었다.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은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경찰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불변의 진리이자 가치”라고 말하며 전국 250개 경찰서를 인권중심의 경찰서로 바꿔가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배경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경찰의 숙원사업인 수사권을 이양을 원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을 일부라도 이양 받는다면 경찰의 위상은 훨씬 강화될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경찰은 과거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싶어 한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경찰에 ‘인권침해’ 이미지를 불식시킬 방안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던지자 서둘러서 인권경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경찰의 진정성이 의심 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6월 1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의 당사자들과 인권단체들이 경찰청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다. 그 자리에서 밀양 주민은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때 할매 10명 있었는데 경찰 3000명을 풀었다. 두 분이 목숨을 끊었다”고 규탄했고, 농민단체 활동가는“백남기 농민 위독하다는 소식 전해지자마자 부검하겠다고 경찰 병력부터 배치했다. 그래놓고 인권 경찰이 되겠다고 하니 코웃음이 난다”고도 했다. 경찰의 변신에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법대로 집행한 일이므로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던 오만한 경찰수장의 모습이 매우 강하게 국민들에게 각인되어 있음을 경찰은 알고나 있는 것인가.
경찰복무규정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함”을 경찰의 사명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함”을 그 정신으로 삼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사명과 정신으로 돌아가는 진정성을 국민들은 확인받고 싶어 한다.
마침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아서 곳곳에서 기념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그해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을 물고문을 죽였고, 6월에는 이한열을 최루탄을 직접 발사해서 사망케 했다. 그 6월의 거리에서 독재자 전두환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백골단을 풀고, 최루탄을 난사하면서 국민 위에 군림했던 폭력경찰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그래서 인권경찰로 가는 첫 번째 일은 이성철 경찰청장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서 사과하고, 그 책임자들을 문책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 경찰이 먼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을 제대로 문책하는 일부터 서둘러 한다면 그때서야 국민들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기 시작할 것이다. 인권경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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