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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유 아 크레이지' 모욕죄 아냐…기소유예처분 취소하라"
"검찰 처분은 위헌"…헌법소원심판 청구 인용
2017-06-06 09:00:00 2017-06-06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비속어를 포함해 혼잣말로 한 영어 표현에 모욕죄를 적용한 것은 기본권 침해란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모욕죄로 이모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5월29일 한 아파트 앞 주차장 부근에서 A씨에게 영어로 "You are *ucking crazy"라고 말해 모욕죄로 고소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이 사건을 수사한 후 그해 11월24일 이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이에 이씨는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올해 1월2일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영어 표현에 다의적인 해석 가능성이 존재하고, 당시 이 표현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그 의미는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신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도의 의미로서 이씨에게 A씨를 모욕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이 표현이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A씨는 20년이나 연상인 이씨에게 반말로 계속해 시비를 걸며 따라오다가 멀리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을 발견하자 갑자기 이씨에게 존댓말을 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였고, 이에 이씨는 어이가 없어 혼잣말로 말했다"며 "기록에 첨부된 녹취록 등에 의하면 이와 같은 영어 표현을 하게 된 동기와 상황에 대한 이씨의 진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의 영어 표현을 들었다는 아파트 경비원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듣고 봤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에 부족하므로 그 내용만으로 이씨의 행위에 공연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이씨의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법리오해에 따른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영어 표현이 가지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 중 그 표현이 이뤄진 구체적 상황과 경위를 종합해 의미를 판단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이씨가 혼잣말로 "You are *ucking crazy"라고 말한 것이 당시의 상황에 비춰 볼 때 모욕죄의 경멸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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