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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병규 "4차 산업혁명으로 국내 경제 활성화 방안 찾아야"
민간기관 출신 첫 국책연구원장…"구조조정·청년일자리 확보 등 해결하기 위한 기회"
"한·미 FTA 재협상에는 자신감 갖고 대응해야"
2017-05-30 06:00:00 2017-05-30 06:00:00
[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4차 산업혁명은 국내 산업 구조조정, 신성장동력 창출, 청년일자리 확보라는 국가 당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을 신성장 동력 창출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려면 창업과 산업융합, 사회 신뢰 방안을 찾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유 원장은 1988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5년 동안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산업전략본부장과 경제연구본부장을 거치며 '경제통'으로 자리잡았고, 한국경제학회경제교육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적인 역할도 도맡았다. 이후 민간연구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책연구기관의 원장에 선임되는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기 위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새 정부가 한국이 직면한 경제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재협상이 예상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이 협상에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국도 미국에 충분한 이득을 주고 있는 상태로 한국만 이익을 보고 미국이 퍼준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현 시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먼저 짚고 넘어야 가야 할 것 같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논의되고 발전해오던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들이 이제 현실 경제사회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앞으로 매우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데 매우 큰 중요성을 지닌다.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파급영향은 먼저 정보통신(IT)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초연결네트워크 사회가 형성되면서 생산, 유통, 금융 방식 등 모든 경제산업 활동양식이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두 번째는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이 기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생성하는 것이다. 제품생산 측면에서는 생산단계별 부가가치사슬 곡선의 상향 이동이 이루어진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공장자동화나 업무효율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새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산업 발전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현재 우리 산업을 연결 짓는데 가장 중요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 인가.
 
- 먼저 국내 경제에 미래 성장가능성이 큰 신기술 벤처 창업이 끊임없이 분출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최고 인재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국내 유수 대학들이 국가고시 합격자 수와 대기업 취업자 수를 자랑하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대학들처럼 창업 수와 일자리창출 기여도에 자긍심을 갖도록 교육제도를 개혁해 사회 내 기업가정신이 넘치게 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국내 성숙산업과 신과학기술의 활발한 결합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산업융합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최대 장벽이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기존 산업 내 지대추구행위다. 이를 타파하려면 전반적이고 양적 규제 축소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산업현장에서 원하는 신사업들이 추진되도록 현장수요 맞춤형 규제 개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원활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신뢰 사회 형성에도 힘써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에 의한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은 필연적으로 사회 갈등과 대립을 초래한다. 신제도와 혁신이 상호 도움을 준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면 경제사회 개혁은 실현되기 어렵다.
 
현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 반도체에 치중돼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 우리나라 수출 구조는 10대 주력 수출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단조롭다. 지역적으로도 미국과 중국 등 몇 개 지역에 치중돼 있고, 제품 구성도 자본재 중심으로 돼 있다. 대중국 수출의 60%가 자본재다. 수출산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 수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앞으로 5년 안에 모든 제조업이 중국에 추월 당할 위험도 존재한다. 세계 무역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도 지체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품목별로는 재화보다는 서비스업이, 제조단계별로는 자본재보다는 최종소비재가, 그리고 전자상거래에 의한 무역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재화와 자본재 수출 비중이 월등히 크고 전자상거래 활용도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반기술과 접목한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고 국가 간 전자상거래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수출을 둘러싼 외부 환경도 앞으로의 수출이 밝지만은 않을 것을 예상케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며, 중국과 관계도 여전히 어렵다.
 
- 국가 간 경제관계는 언제나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정치적 측면에서 중앙정부 간 다소 불화와 갈등이 있더라도 경제적 실익을 지키기 위해 기업 등 실무부문 간에는 상호 신뢰와 유대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는 풀뿌리 통상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래국가들의 기업 간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를 굳건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 기업단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서로 긴밀히 논의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계 등의 경제전문가들도 공동연구나 정책세미나 등을 통해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서로 간의 실익을 높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내 중앙과 지방정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점을 감안한 통상대응방안 수립도 필요하다. 양국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투자 등 경제협력을 통해 중앙정부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소수 국가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같은 다양한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6월에는 미국과의 정상회담도 개최된다. 한·미 FTA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텐데, 재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 한·미 FTA로 인해 한국만 이익을 보고 미국은 계속 우리한테 퍼준다는 인식이 많은데 우리는 미국의 주요 군사물자 수입국이며 미국에 투자도 많이 늘렸다. 그에 따른 미국 내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크다. 한·미 FTA의 관세율 혜택이 감소할 경우 자동차, 생활용품, 섬유 등에서 무역수지가 다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은 본래 관세율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관세율 변화 자체만으로는 무역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설령 한·미 FTA가 폐기되더라도 관세율 상승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13억달러, 미국의 한국 수출 감소 폭은 16억달러로 미국이 더 손해를 본다. 염두에 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다자 간 협상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양자 간 협상을 하고 단일 기업, 단일 품목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리 기업과 잘 협력해 미국이 단일 품목이나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할 가능성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사전에 파악해 미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에 대해 제언 한다면.
 
- 한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갈 수 있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사회시스템의 대전환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기존 산업의 존재기반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사업과 산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에 신속하고 원활히 적응할 수 있는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선제적으로 실천해가야 한다. 지금은 경제시스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이 경쟁하는 시대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메이지유신에 버금가는 국가체제 변혁의 기회로 삼고자 ‘초스마트 사회(Society 5.0)’, ‘일본재흥전략’등의 비전을 수립하고 ‘안되는 게 없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범정부와 범산업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한국도 저출산고령화, 산업경쟁력, 기술수준 등을 감안해 한국이 직면한 경제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4차산업혁명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경제산업시스템에 부합하도록 금융, 노동, 교육 등 각종 제도와 법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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