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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2017-05-18 06:00:00 2017-05-18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1.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안보 정책은 ‘동북아균형자론(이하 균형자론)’에 기초한다. 동북아 질서를 평화와 번영의 질서로 만들기 위해, 역내 갈등과 충돌이 재연되지 않도록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균형자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책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서가에서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지난 2005년 발행됐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모두에게 추천하고 또 추천한 책’이라는 띠지가 둘러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인 배기찬 전 청와대 동북아비서관은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많은 나라들을 대부분 ‘코리아’라는 단일체로 접근하고 중국문화권의 탄생 시기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차분히 돌아본다. 책 말미에서 배 전 비서관은 코리아의 비전이 ‘화합·중심’이 되어야 하고, 미국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우리의 안보는 우리가 책임지며, 북한 개혁·개방 문제를 중국에 과도하게 기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등의 목표를 제시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책 마지막 문장대로 ‘7천만 민족이 새로운 비전을 위한 전략집단이 될 것을 요구받는’ 내용들이다. 그 당위성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현실성 여부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균형자론을 놓고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2. 지난달 23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발표를 듣다보니 배 전 비서관의 책 내용이 머릿속에 겹쳤다. 현실성 여부에 대한 서훈 민주당 선대위 안보상황단장(현 국정원장 후보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확실히 우리가 보여줄 것이다. 확실히 주도권을 행사해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보면 된다. 가능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미·중·일 등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가 이뤄지고 이들 나라에 파견할 특사단 구성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도 이뤄진다.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정부 당시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회자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이러한 움직임이 화려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직 외교관의 말대로 국제사회는 평소 잘 지내다가도 현안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개처럼 싸우는’ 곳이다. 오가는 대화 속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 하나를 놓고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특사단 면면과 규모 등이 아닌, 해당국 고위관계자들과의 실질적인 대화내용과 성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 역할을 이번 특사단 일원들이, 향후 청와대와 각 부처 외교안보라인 담당자들이 해주기를 바란다. 그들도 자신의 어깨위에 놓인 짐의 무게를 느낄 줄로 믿는다. ‘코리아…’의 저자 배 전 비서관은 이번 유럽연합(EU)·독일 특사단에 포함됐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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