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이야기)스승의 날에 받은 뜻밖의 선물
2017-05-17 06:00:00 2017-05-17 06:00:00
내 딸이 살아서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했던 아빠가 있었다.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을 인솔하고 간 교사를 딸로 두었던 그 아빠는 학생들은 250명이나 죽었는데 인솔 책임자였던 딸만 살아 돌아오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하겠냐는 이유였다. 그 아빠는 학생들의 유가족 앞에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소원은 자신의 딸도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사망했으므로 다른 교사들처럼 순직으로 인정되는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 교사 김초원 씨의 아빠 김성욱 씨의 얘기다. 김 씨는 지난 3년 동안 딸의 순직을 인정받기 위해서 국회의원들도 만나고 국회의장도 만났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당연히 순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혁신처장은 기간제 교사여서 순직 인정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공무원연금법과 시행령에서는 인사혁신처장이 결정하면 순직 인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강짜를 부렸다. 김 씨는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30만 명의 서명을 받아서 제출하기도 했고,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정부가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법원으로 통해서라도 인정을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아빠는 스승의 날인 지난 5월 15일, 뜻밖의 선물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서 딸의 순직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주일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 매일매일 정부의 새로운 조치들이 뉴스를 타고 있다. 그런 일들은 박근혜 정부가 한사코 막아왔거나 처리하지 않았던 일들이다. 국회의 입법이 없이도 정부의 행정적인 조치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었음에도 이전 정부는 합리성을 결여한 채 억지행정과 억압적인 통치만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대통령의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 조치는 예상된 것이었다. 지난 4월 16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주년 기억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4월 1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인사혁신처에 이들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순직은 본인과 유족에게 경제적 보상 이상의 존엄한 명예로서 가치가 있다”며 “비공무원이 국가에 고용돼 공무수행 중 사망했는데도 순직 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당시 31살의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 이지혜 씨는 5층에서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다. 5층은 탈출하기 쉬운 위치였지만 교사로서 학생들 구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4층으로 내려간 그들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정작 자신들은 배를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런 죽음에 대해서 의인으로 인정하지는 못할지언정 정부는 이들이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죽음조차 정부가 나서서 차별했다. 심지어 이들 두 교사들은 여행자보험에서도 제외되었다. 살아서도 차별, 죽어서도 차별을 받던 이들이었다.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하는 학교 현장에서부터 이런 차별은 너무도 차고 넘친다.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교사와 직원들이 넘친다는 사실은 많이 안 알려져 있다. 내친 김에 이번 정부의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이 학교 비정규직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 수 있을까? 인천국제공항에 달려가서 공사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과감한 발표를 한 것처럼 학교 현장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까지 발전할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수많은 적폐는 사실상 의외로 간단한 것들이 쌓인 것일 수 있다. 상식과 합리성에 입각해서 풀 수 있는 일들부터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면 적폐청산의 동력은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으로 가는 변화는 시작되었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