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재계, 경제민주화 반기…새 정권과 충돌 예고
경총, 법인세 인상·지배구조 개선 반대…문·안 “개혁 의지 없다”
2017-04-25 08:10:03 2017-04-25 10:36:09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경제민주화 요구에 재계가 정면으로 맞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4일 ‘일자리 전성시대를 열자’라는 제목의 정책건의서를 각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했다. 경총은 5대 핵심 정책 방향으로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상생의 노사관계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안전 시스템을 제시했다.
 
건의서 형식을 빌렸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달했던 ‘경제계 제언문’보다 요구 수위가 높았다. 법인세 인상 등 유력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이 타격을 입으면서 재벌 입장을 대변할 목소리가 잦아들자 경총이 선봉에 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큰 틀에선 시장경제 원칙과 선진국형 일자리 체계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법인세 인상 등 대선 경제공약을 부정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됐다. 경총은 우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 모든 주자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 중심의 법인세 인상 논의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세계적 조류에 역행하고,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제약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상 대안으로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제시했다.
 
유력 주자들이 재벌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사상 최대치로 쌓인 사내유보금 등을 근거로 법인세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고 피력해온 것과 상반된 의견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필수"라며 "세수 확충을 어디서 해야 할 것이냐. 결국 부담능력이 있는 대기업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총의 논리는 결국 부담을 서민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또 재계 최대 화두인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경제 여건과 효율성에 근거해 주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인위적 지배구조 개편 규제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일률적이고 강제적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경영여건 악화"를 빌미로 재벌 입장을 대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두고는 오히려 ▲비정규직 범위에서 시간제 일자리 제외 ▲기간제·파견제 일자리 사용기간 제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재계의 부족한 개혁 의지를 비판하며 개혁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경총의 의견을 잘 살피겠다”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살피고 스스로 개혁의지를 보이는 것이 재계의 의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도 “경총의 건의는 존중하지만, 규제 완화 등은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