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3년 만에 세월호가 만신창이가 되어 뭍에 올랐고, 추모식이 아닌 세 번째 기억식도 가졌다. 그날 안산에서 밤늦도록 분향소를 찾아오는 시민들을 보았다. 거대한 제단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 앞에 시민들은 눈물짓고는 했다. 누가 그렇지 않으랴. 304명의 영정사진,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또랑또랑한 눈망울들 앞에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3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들은 여전히 18살로 남아 있다. 그들의 동생들, 후배들은 나이를 먹어서 도리어 언니, 형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2014년 4월 16일로 남아 있다,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는 살아야 할 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그들에게서 생을 뺏은 자들은 오늘도 흰소리나 하고 있다.
대선에 나온 한 후보는 “정치권이 너무 월궈 먹었다.”고 말한다. 그는 수사도 했고, 재판도 했고, 보상도 했고, 특별조사기구도 만들어서 조사도 했는데 뭘 더 할게 남았냐고 짜증을 낸다.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와는 상반되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무책임한 말을 거침없이 내지른다. 그는 안산의 기억식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사실 그가 대선후보로 나온 그 당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함에도…. 이럴 때 써야 하는 말이 적반하장이겠지만, 그 당의 사람들이 3년 동안 해온 짓을 생각하면 그런 말조차도 아깝다.
3년간 우리는 잊지 않았고, 행동했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세월호도 이제야 인양되었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정부의 방해로 조사활동을 해보지도 못하고 강제 해산되었고, 검찰 수사도 청와대의 압력으로 부실수사에 그쳤다. 책임져야 할 정부 관계자는 사고현장에 출동했던 123정장만 구속되었고, 해경 지휘부는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지금 해수부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담당한 해양수산비서관이었는데, 그가 해수부 차관으로 왔다가 장관이 되었다. 그와 함께 세월호참사를 다루었던 당시의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다음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갔다가 이번에 다시 국회의원이 되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고, 도리어 승진까지 했다.
지금까지 대형 인명피해가 난 참사는 어느 사건도 한 번도 제대로 진상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말단 공무원과 직원들에게만 해당되었다. 그렇다 보니 1970년 한성호, 1993년 페리호 침몰사건이 있었다.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진상규명하고, 처벌을 했더라면 이런 참사가 일어났겠는가. 유가족 중에 세희 아빠는 1993년 페리호 침몰사건 때 의경이 되어 울부짖는 유가족들 앞에서 그들을 막는 역할을 했다. 21년 뒤 딸을 세월호에서 잃고 그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자신이 딸을 잃은 유가족이 되었다고 가슴을 친다.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3년이 자나도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죽을 때까지도 노란리본을 떼지 않겠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덮으려고 기를 썼던 대통령이 탄핵되어 구속되었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곧 녹슬고 상처투성이의 세월호에서 미수습자들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 유가족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긴 여행 마치고 돌아온 그들과 집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3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3년 동안, 가까스로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생존자들은 유가족 앞에서 죄인이 되어야 했고, 유가족들은 미수습자 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시민들은 유가족들 곁에서 같이 울었다. 이제 그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다. 새 정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 제대로 세월호 참사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하겠다. 국가의 실종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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