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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생체인증 걸음마 단계…"막연한 불안감 여전"
서비스 확대하지만 보안 우려 계속 확산…정보보호 법제화·인식 전환 등 필요
2017-04-12 08:00:00 2017-04-12 08:00:00
[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주요 은행들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생체인증 방식을 적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체정보가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큰 탓에 생체인증 시장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기반 생체인증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IT 기기의 성패에 따라 생체인증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등 인식의 문제도 생체인증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 보안을 둘러싼 막연한 우려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전후해 생체인증을 이용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문과 홍채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국민은행, 농협은행, 씨티은행은 지문 인식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생체인증이 활성화되면 보안성과 편의성도 높아지고, 수익 개선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국내외 생체인식 기술 도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74억6000만달러(약 9조원)에서 2019년에는 146억8400만달러(약 17조7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미빛 전망 이면에는 여전히 보안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얼마전 독일 해킹그룹 CCC(Chaos Computer Club)이 위조지문 시연 동영상을 공개해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웠다. 홍채는 지문이나 정맥, 안면 등 다른 생체정보 보다 위변조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홍채인식도 해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 같은 기존 인증수단은 해킹을 통해 유출되더라도 변경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지만, 생체정보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출된 정보가 영구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보통 생체인식은 기술적으로 다른 인증방식보다 보안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100% 안전한 방식이 아니라서 제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안 기술 개발과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완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개인의 생체정보가 은행 외부로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체인증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 스마트폰에 생체정보를 저장하는 파이도(FIDO) 방식의 경우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오프라인 영업점에 있는 ATM이나 키오스크는 IT 기기 없이 생체인증 만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 스마트폰에 생체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거부감이 덜하나, 생체인증을 적용한 은행 ATM은 정보 유출 우려 탓에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식의 전환도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 기기의 문제가 생체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홍채인식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노트7이 폭발사고로 단종되면서 은행권의 생체인증 열기도 사그라진 적이 있다. 일부 은행은 홍채인증 관련 이벤트를 계획했으나,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생체정보를 등록해 사용하는 데 따른 거부감과 비용문제도 걸림돌이다. 고객 입장에선 기기 위에 신체 일부를 대야하는 방식이 부담스럽고, 은행은 기기를 새로 구입하거나 개발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일부 은행이 생체인증 서비스 상용화에 앞서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테스트해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렵게 서비스를 출시했는 데, 활성화되지 않으면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생체인증에 대한 거부감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며 "보안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서비스가 편리하다면 사용하는 사람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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