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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누가 1위라고?…들쭉날쭉 정반대 여론조사에 커지는 불신
같은날 조사도 1·2위 뒤집힌 결과…"유무선 비율·표본추출·문항 등서 왜곡 가능성"…무분별한 보도도 문제
2017-04-10 19:50:43 2017-04-10 19:50:43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가 들쭉날쭉 하면서 또 다시 여론조사 신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조사 기관마다 조사 방식에 차이가 있어 결과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순위 자체가 정반대로 나오는 결과들을 무분별하게 쏟아내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9~10일 비슷한 시기에 조사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2위 후보의 지지율이 전혀 상반된 결과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리얼미터가 지방신문 7개사 의뢰로 7~8일 조사해 10일 발표한 5자 구도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2.6%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37.2%)를 앞서고 여전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코리아리서치센터가 KBS·연합뉴스 의뢰로 8~9일 조사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36.8%)가 5자 구도에서 처음으로 문 후보(32.7%)를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더욱이 리서치플러스가 한겨레 의뢰로 리얼미터와 같은 7~8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37.7%를 차지해 동률을 기록하며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비슷한 시기나 심지어 같은 날 조사한 여론조사가 서로 크게 상반된 결과를 도출하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조사방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론조사는 유·무선과 ARS(자동응답 방식)·전화 면접 방식 등으로 구별된다. 각 기관 별로 어떤 조사방식을 선택하는지, 혹은 어떤 방식의 비율을 더 높이는 지에 따라 변수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낸 리얼미터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방식을 살펴보면 리얼미터는 유선 ARS 10%와 무선 ARS 39%, 나머지 51%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을 통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였다. 반면 코리아리서치는 유선전화면접 40%와 무선전화면접 60%를 적용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 ARS냐 전화면접이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보통 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유선이 많이 들어간 곳은 안철수 후보가 유리하고 무선이 많이 들어간 곳은 문재인 후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설명처럼 유무선 여론조사 비율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로 나타난 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는 유선전화면접이 54%였고, 무선전화면접이 46%였다. 유선 방식 비율이 높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무조건 보수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 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표본 추출 방식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보통 유선이든 무선이든 여론조사를 위한 표본 추출 번호를 뽑을 때 1000개 이상의 국번에서 무작위로 한다. 그러나 이번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무선전화 방식에서 60개 국번에서만 무작위 추첨을 했다. 쉽게 말해 표본 추출을 위한 기본 베이스가 좁았다는 것이다. 반면 유선전화 방식에서는 2985개 국번에서 표본을 추출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조사팀장은 “코리아리서치센터는 매달 정례조사를 실시하는데 지난달 조사에서 몇 천개의 국번을 가지고 무선전화 표본 번호를 생성했는데 이번에는 60개 국번에서만 번호를 생성했다”며 “표본의 대표성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비교 조사한 여론조사의 문항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문항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후보의 이름을 먼저 물어보느냐에 따라서도 응답자의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기관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수치보다 그 이면에 있는 조사방식 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언론의 무분별한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예전에는 언론이 평일에 진행된 여론조사도 인정하지 않고, 꼭 주말에 이뤄진 직접 면접 여론조사만 보도했다. 언론이 자체 조사하는 것 이외의 여론조사 보도에 아주 신중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어떤 방식이든 다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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