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에서)인터넷은행 기대와 우려
2017-04-11 07:58:09 2017-04-11 07:58:09
[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초반 기세가 생각보다 매섭다. 연 2%에 달하는 예금 금리, 빅데이터에 기반한 중금리 대출 상품, 빠르고 간편한 계좌개설 방식 등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케이뱅크는 공식 오픈한지 사흘 만에 1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분당 21명이 계좌를 개설한 셈이다.
 
케이뱅크 돌풍에 놀란 은행권은 뒤질세라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부 은행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수신 금리는 높이고 대출 금리는 낮추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찻잔속 태풍'에 불과할 것이라며 평가절하 했던 이전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고객들이 아우성 칠때도 뒷짐지고 있었던 은행들이 여수신 금리를 조정하고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보면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5년 만에 등장한 메기(케이뱅크) 한 마리가 온 금융권을 헤집고 다니면서 경쟁을 부추기면, 결국 고객 편의와 서비스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이르면 오는 6월쯤 한 마리의 메기(카카오뱅크)가 더 풀리면,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축포를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 장기적으로 인터넷은행이 성공하려면 안정성과 혁신성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검증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은행업은 개인신용정보를 비롯한 민감성 정보를 다루는 업종이라 강력한 보안이 필수다. 케이뱅크의 경우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를 통과한 후 영업을 개시해 기본적인 시스템은 검증이 된 상태이나, 향후 비대면 금융거래 과정에서 전산사고가 발생하거나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해커의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느냐도 관건이다. 현재까지 중금리 대출 등 비대면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기존 은행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 금방 잡힐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필살기인 '빅데이터' 또한 기존 은행들의 핵심 사업 영역이다. 은행들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이동통신사 등 협업하고 온라인 비중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결국, 지금의 돌풍을 이어가려면 장점을 빠르게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IT기업이 주도하는 은행이란 이점을 살려 기존 은행보다 먼저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경우 생애주기별 금융 상품과 인공지능 자산운용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카카오뱅크는 G마켓과 옥션의 판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소상공인 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IT 기업이 이끄는 은행이 되려면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자본금 확보도 필수다. 총이 있더라도 실탄이 없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또한 혁신적인 상품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논거 중 하나가 "이미 온라인 뱅킹이 자리잡은 마당에 인터넷은행이 필요한가"였다. 이들 앞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증거로 내민다면 은산분리 완화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제 우려를 잘 대비해 탄탄한 기반으로 만들고 예상을 뛰어넘는 기대를 촉매제로 금융시장의 대변혁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