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에, 헤비테일로 미청구공사액까지 급증
선박 건조하면서도 '조마조마'…업황 회복만이 '해결책'
입력 : 2017-04-06 17:25:19 수정 : 2017-04-06 17:25:19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내 돈이지만 내 주머니에는 없는 돈. 조선업계에서는 미청구공사액을 이렇게 부른다.
 
글로벌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발주처인 선주들의 입김이 강해졌고, 이는 헤비테일 계약의 일반화를 가져왔다. 통상 선박 공정은 5단계(RG 발급·절단·탑재·진수·인도)로 나뉘는데, 최종 인도 단계에서 대금의 60~80%를 지급받는 헤비테일은 조선사들의 최대 난적으로 꼽힌다. 건조비용 충당을 조선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데다, 선주 자금사정이 악화될 경우 떼일 위험도 있다.  
 
조선업이 활황일 때는 건조 진행도에 따라 균등하게 대금을 지급받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화된 불황에 헤비테일 방식이 주를 이루면서 조선사들의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세계 1위의 국내 조선사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중국의 도약으로 저가수주와 함께 헤비테일이 보편화됐다는 게 업계의 한 목소리다. 자연스레 선박을 수주할수록 자금 지출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자금 경색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조선업에 대한 금융권의 신뢰도가 저하되면서,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도 더욱 어려워졌다.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수주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대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조선업은 극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조선 3사 중 현대중공업만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4135억원, 삼성중공업은 18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오랜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헤비테일 계약의 보편화로 미청구공사액이 늘면서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중이 50%가 넘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조6158억3800만원이었다. 반면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15년 9928억2200만원에서 지난해 1조4005억8800만원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수주활동 등 영업보다는 빚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한 선박이 29척에 그쳐, 미청구공사액이 축적된 측면이 있다"며 "예정대로 선박이 인도되면 현재 5조원 수준인 미청구공사액은 연말 3조5000만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계획대로'라는 가정 하의 유동성 확보다.
 
글로벌 선박공급과잉과 저유가 현상 장기화로 국내 조선업계의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하면서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리는 조선소가 늘고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해양플랜트 작업장에서 건조 중인 드릴쉽. 사진/뉴시스
 
저유가의 장기화로 발주사들의 재정 사정이 악화되는 점도 미청구공사액에 대한 리스크를 키운다. 헤비테일 계약 방식 탓에 완성 단계에 있는 선박에 대한 주문이 취소되거나 발주사가 파산할 경우 그간의 건조비용을 온전히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발주사의 재정 악화로 주문 받은 드릴십 건조 대금을 받지 못하자 계약을 취소했다. 보통 수주 계약시 발주사의 문제로 계약을 취소할 경우에는 선수금과 그동안 조선소에 지급한 건조대금을 몰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반대로 조선소의 문제로 취소할 경우에는 계약금 등을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발주사의 문제로 취소됐기 때문에 선수금과 건조대금을 몰취하고 건조 중인 선박도 대우조선해양 소유가 됐다.
 
하지만 이조차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건조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완성해서 다른 선주사에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저유가에 심해저 유전 개발이 지연되고 있어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렵게 판매처를 찾더라도 수주 당시 금액을 온전히 보존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다행인 점은 조선 3사의 대규모 해양설비 프로젝트 상당수가 연내 마무리된다는 데 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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