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는 처참한 모습으로 배를 보이고 반잠수선 위에 누워서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정박해있다. 거대한 고래가 배 바닥을 드러내고 누워 죽은 모습을 연상케 하는 세월호를 보기 위해서 전국에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주말만 해도 하루에 1만 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다.
그렇지만 목포신항까지 어렵게 도착한 시민들은 세월호를 신항의 외곽에서 멀리 바라보고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육상거치를 하지 못한 세월호에 접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을 인양했을 때 적극적으로 관람객을 동원했던 때와는 달리 철책으로 막힌 수백 미터 바깥에서만 바라보고 한숨짓고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세월호에 접근하지 못하는 건 세월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해수부가 미수습자 가족들은 신항 안에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어 머물게 했지만, 유가족들은 해수부의 허락을 받아야 신항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철책이 쳐져 있고, 철제문에는 고리열쇠가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지난달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오는 날에도 유가족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버티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3년을 기다렸던 유가족들에게조차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해수부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다.
세월호 인양을 준비하는 과정 전체는 한 마디로 비밀주의였다. 상하이샐비지가 채택한 부력재를 이용한 인양공법이 전문가들에게서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해수부는 굳이 상하이샐비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부력재를 투입하고 매단다고 선체 곳곳에 구멍을 냈다. 애초에 2개만 내겠다고 했던 구멍이 140여개로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도 계속 숨기기만 하다가 이상하게 여긴 유가족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다그치자 마지못해서 인정하고 자료를 부분적으로 공개하고는 했다. 결국 잘못된 인양방식으로 준비하면서 1년 반의 세월을 허비한 뒤 지난해 말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선회한 다음에야 인양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은 바다 속에서 작업을 하면서 중요한 증거물들을 절단하거나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일 것이다. 조타실도 훼손했고, 앵커도 절단했으며, 스테빌라이저도 절단했고, 선체가 드러났을 때는 반잠수선에 선적하기가 어렵다며 램프 문 한쪽을 절단했다. 배의 복원력을 좌우하는 평형수도, 과적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화물 선적 상태도 확인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유실방지망도 곳곳에 훼손되었음도 드러났다. 검찰은 조타미숙과 과적, 고박불량 등이 침몰의 원인이라고 결론냈지만, 법원은 검찰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이 제시한 원인 외에도 다른 원인이 있고, 그것은 선체를 조사해야 알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달 27일 해수부는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선체 조사가 무의미할 것이라는 말을 흘렸다. 해수부가 선체 인양을 준비한다면서 해왔던 일은 증거를 인명하고 훼손하는 일은 아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목포신항 외곽에 천막을 치고 조사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선체조사위원들이 선임되어 현장에 머물고 조사과정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유가족들의 조사 과정 참여도 열리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면 정부와 피해자가 협의틀을 만들어서 정보도 공유하고 조사과정 전체를 공유한다. 그렇기 때문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해수부가 범인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조사과정에 피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목포신항에 관람로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세월호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해수부는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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