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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실험실서 필로폰 만든 명문대 대학원생 구속기소
감기약·화학약품 이용 제조…106만원어치 팔고 판매책과 절반씩 나눠
2017-04-03 16:12:43 2017-04-03 16:12:4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학 실험실에서 감기약과 실험기구를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한 서울 유명 사립대 대학원 졸업생 등이 구속 기소됐다. 대학교 실험실에서 판매 목적으로 필로폰을 제조했다가 검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3일 대학 실험실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마약관리법 위반)로 서울 유명 사립대 화학전공 대학원 졸업생 A씨(25)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대학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쯤, B씨(22)로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감기약을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한 뒤 판매해 수익금을 절반씩 나눠 갖자"는 제안을 받고 감기약 500정과 자신이 다니던 대학원 실험실에 있는 기구와 화학약품을 이용해 필로폰 13그램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필로폰을 한번 만들 때마다 감기약 100~200정 사용해 필로폰 0.5~7그램을 제조해 B씨에게 넘겼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필로폰 중 8그램을 106만원에 판매하고 그 중 약 50만원을 A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이 제조·판매하려던 필로폰은 총 390만원 상당으로 약 43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지역에서는 필로폰이 1회 투약량 0.03그램씩 판매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필로폰 제조사건 21건 중 감기약을 이용한 필로폰 제조사건이 16건을 차지하는 등 감기약을 이용한 필로폰 제조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도 주거지나 창고 등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감기약을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한 사범이 구속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제조방법을 인터넷에서 배운 뒤 원료성분인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시중에서 구입한 뒤 필로폰을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필로폰 제조방법이 게시된 인터넷 사이트 25건을 적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이 중 감기약을 이용한 필로폰 제조방법이 게시된 사이트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18건이다. 검찰은 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필로폰 원료물질이 함유된 일반의약품의 판매 규제 등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이 재학 중인 대학교 실험실에서 비치된 실험기구와 화학약품을 이용해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도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며 “대학 당국의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A씨가 대학 실험실에서 필로폰을 완성한 뒤 촬영한 사진. 자료/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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