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빅데이터 활성화…손놓은 금융당국
신용정보원 설립 취지도 도마위…7개월간 타업종 빅데이터 융합 6건 불과…"법규정 개선·실효성 증명 돼야"
입력 : 2017-03-29 08:00:00 수정 : 2017-03-29 08:24:28
[뉴스토마토 윤석진 기자] 금융당국이 당초 금융개혁의 한축으로 빅데이터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용정보원을 통한 빅데이터 지원 사업과 이종간 정보 융합 작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정보원을 빅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앞세우는 우를 범하는 등 첫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는 지적이다. 신용정보원 설립이 당초 개인 정보 보호라는 취지로 준비됐지만 오히려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목적으로 바뀌면서 개인 신용정보 보호도 빅데이터 활용도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정보원은 지난 2014년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금융정보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해 1월에 설립됐다. 안전한 정보 관리가 존립 근거인 셈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이러한 기관에 빅데이터 활용 지원 업무를 맡겼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기관이 빅데이터 활성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애초부터 빅데이터 기관 선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취지에서 빗나간 설립으로 신용정보원은 다른 금융회사의 비식별 정보를 대신 결합해 주는 사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빅데이터 전문기관인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간 비식별 정보 융합은 총 6건으로 집계됐다. 이종 간 정보 결합으로 빅데이터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다.
 
지난해 1월5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한국신용정보원 창립기념식에서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왼쪽 두번째부터), 민성기 한국신용정보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기식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떡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6월30일 정부가 내놓은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빅데이터를 구축할 경우 개인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가공한 후(비식별 처리) 자체 보유한 정보와 타사 정보를 융합하고, 이 작업은 꼭 두 빅데이터 전문기관을 거쳐야 한다.
 
가령, A 은행과 B 보험사는 상대가 지닌 정보를 가져와 빅데이터에 활용하려 한다. 이때 두 회사는 상호 합의를 통해 각기 지니고 있던 비식별 정보를 금융보안원이나 신용정보원에 넘기기만 하면 된다. 양 기관은 받은 정보를 결합해 두 회사에 되돌려 준다. 내 정보와 상대 정보가 결합된 제3의 데이터가 빅데이터에 활용되는 구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비식별 정보 융합 건수가 저조한 상황이다. 전문기관이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실련과 소비자단체는 비식별정보 가이드라인이 말로만 비식별이지 개인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식별 정보끼리 융합하다 보면 결국 누구인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란 것이다.
 
정보의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되면 개인은 금융회사의 맞춤형 영업에 속절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회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집단의 트랜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금융위원회는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일축하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를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꼽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분야 빅데이터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빅데이터 활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식별 처리된 정보를 가지고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빅데이터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가 맞물려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나, 발표할 만한 대책이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권 밖에서는 개인정보처리에 관한 특례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바 있으나 입법적 개선 없이는 실효성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빅데이터 전문기관들은 정보 융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구상하는 중이다. 신용정보원은 올 하반기쯤 빅데이터 전문가를 증원하고 금융보안원은 빅데이터 성공 사례를 업계와 공유할 계획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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