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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전두환 표창' 자랑?…난무하는 흑색선전
50일 남은 조기대선, 마타도어 효력 극대화될 듯
2017-03-20 17:41:21 2017-03-20 17:41:21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5월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20일 기준으로 정확히 50일 남았다.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조기 대선 레이스는 유례없이 짧은 선거 기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각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등을 검증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반면 상대 후보자를 흠집 내 여론을 호도하는 마타도어(흑색선전) 혹은 가짜뉴스 등이 맹위를 떨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후보자가 해명하고 만회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검증’이라는 이름의 마타도어가 횡행할 가능성은 높다. 그런 이유로 각 후보 캠프가 상대방 후보 발언의 진의를 짐짓 모른척하거나 의도적으로 오역해 여론을 부정적으로 이끌고 가려는 일들도 자주 관측된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전사 시절 받은 ‘전두환 표창’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9일 KBS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자신의 군복무 사진을 공개하고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 총을 맞은 참군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며 “그 반란군의 우두머리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젊은 시절 일화를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보수지지층이 우려하는 자신의 안보관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야권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안희정 캠프와 이재명 캠프 등 경선 경쟁 후보 측에서는 즉각 논평을 내고 “광주 5·18 주범에게 받은 표창을 어떻게 자랑스레 말할 수 있나”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다음날 광주 5·18 민주화광장에서 “군 생활 때 받았던 표창장에 대한 발언이었을 뿐, 광주 민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아무리 경선에서 경쟁하는 시기라고 해도 그 발언을 악의적으로 삼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평생을 민주화 운동,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저에게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진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나 안희정 캠프의 박영선 의원 멘토단장은 “문 전 대표가 스스로 모욕적이다고 발언하면 그 발언에 모욕 받은 사람들에게는 상처로 다가갈 것”이라고 한발 더 나갔다. 이재명 선거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정성호 의원은 아예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은 문 전 대표의 정치관과 역사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25일 호남 경선을 앞두고 있어 ‘전두환 표창’ 논란이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문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보다 크게 앞서있어 호남에서 일종의 금기인 ‘전두환’ 이미지를 문 전 대표에게 덧씌워 호남 민심과 분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후보의 발언이 대중들에게 잘못 인식돼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안희정 지사의 지난 2월19일 부산대학교 강연에서 나온 ‘이명박·박근혜 선의 발언’도 그런 사례로 분류된다. 당시 지지율 20%를 넘기며 ‘문재인 대세론’을 거세게 위협한 안 지사는 ‘선의 발언’ 한마디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후 한 달간 안 지사는 “제가 선의로 받아들이자고 했던 건 대화를 위해 우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자는 것”이라며 열심히 해명했다. 최근에서야 전국 단위 지지율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지율이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대선주자들이 본인의 해명과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마타도어나 가짜뉴스에 시달리는 것은 쉽게 찾아볼수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치매설’, ‘빨갱이설’, ‘아들 취업 비리설’, ‘삼성 유착설’ 등이 거론되고, 안희정 지사는 ‘어시재 싱크탱크설’, ‘이명박 아바타설’ 등이 나온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친형과의 갈등 등 개인사 문제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마타도어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교수를 인용해 설명했다. 그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주문이 오히려 상대방 머리에 코끼리를 계속 떠올리게 한다”며 “후보가 마타도어로 공격받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돼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마타도어가 시작되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는 흠집이 나고 해명할 시간은 부족하다”며 “설령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선거 결과가 확정된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왼쪽부터)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오른쪽부터)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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